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산타테클라의 한 이발소 입구에 6일(현지시각) 비트코인 로고와 함께 결제 수단으로 가능하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산타테클라/로이터 연합뉴스
엘살바도르에서 법정통화로 사용이 임박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약 넉달 만에 6천만원선을 회복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7일 오후 2시 현재 암호화폐 거래업체 업비트에서 개당 6090만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6천만원대로 오른 것은 지난 5월14일 이후 처음이다. 국외거래소에서도 같은 시각 비트코인은 5만2630달러(약 6090만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4월13일 역대 최고가인 8074만원을 찍은 뒤 6월에는 37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가 7월 하순부터 꾸준히 상승해왔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인정을 하루 앞두고 약 120억원 어치(200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더 많은 비트코인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발효되는 7일부터 기존 공용통화인 미국 달러와 함께 비트코인도 법화 지위를 갖는다. 실제 물건을 사고 팔 때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고 정부 세금도 비트코인으로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국외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을 훨씬 저렴하게 할 수 있고 경제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엘살바도르는 국민의 약 70%가 은행 등 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민자들의 송금액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앞서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는 현금입출금기(ATM) 200대와 지점 50곳을 설치했다. 비트코인 지갑에는 30달러의 비트코인을 지급해 전국민의 사용을 유도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돈세탁 등 범죄 악용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과 법적인 쟁점에 대한 신중한 분석이 전제돼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반 시민의 반발과 정보 부족도 문제다. 외신들은 현지 상인과 고객 대부분이 아직은 비트코인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엘살바도로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실험의 성공 여부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도 큰 관심사다. 미 달러를 법정화폐로 수용한 나라들에선 이번 코로나19 충격으로 재정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 없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엘살바도로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등에서 미 달러화 이탈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