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셀트리온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부과, 임원해임 등 징계를 받았다.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지만 분식의 고의성은 없다고 인정받아 ‘검찰 고발’ 조처는 피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11일 임시회의를 열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에 과징금 부과 및 담당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등 조처를 의결했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하면서 회계감사기준을 위반한 6개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삼영·리안)과 소속 회계사에는 감사업무 제한 등 조처를 결정했다. 증선위는 과징금 금액은 결정하지 않았다. 과징금 액수는 추후 금융위원회가 결정한다.
증선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09~2017년 연구·개발에 쓴 지출 약 7천억원(연결회계기준)을 개발비(자산)로 회계처리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연구 초기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낮은 단계에서 쓴 지출은 자산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연구·개발이 상당부분 진행돼 추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클 때 자산 항목인 ‘개발비’로 처리한다. 증선위는 셀트리온이 회계상 무형자산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연구·개발 관련 지출을 자산으로 잘못 분류했다고 판단했다.
셀트리온의 판매 자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4~2016년 매출 664억원(연결회계기준)을 과다계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국외 유통사에 사후정산하는 조건으로 의약품을 판매했는데, 사후정산 때 추가 지급할 가능성이 큰 금액을 매출에서 차감하지 않아 매출을 부풀렸다. 셀트리온제약은 2012~2017년 연구 관련 지출을 자산 항목인 개발비로 과다계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선위는 징계 외에도 셀트리온그룹에 회계정책 및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증선위는 “셀트리온그룹이 투자자와 외부감사인에게 중요한 회계정보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증선위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당초 셀트리온의 부실회계를 감리한 금융감독원은 셀트리온그룹이 고의로 매출 및 자산을 부풀린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증선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선위는 회계처리기준 위반 과정에서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하고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계기준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되면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데 셀트리온은 거래정지 상황을 모면하게 됐다.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논란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됐고, 금감원이 감리에 착수한 지 4년 만에 금융당국의 판단이 이뤄졌다. 셀트리온은 이날 자사 누리집에 글을 올려 “증선위가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바이오의약품 특수성이나 관련 회계적용 해석상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아쉬운 점은 있지만 증선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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