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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뮤직카우 자본시장법 규제 가닥…조각투자 지각변동

등록 2022-04-04 04:59수정 2022-04-04 13:30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증권 인정 가능성 커
부동산·미술품 등 다른 조각투자도 영향받아
금융상품으로 포섭해 투자자보호 의무 강화 추세
‘음악 저작권 투자’로 인기를 끈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달 중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는다면 금융당국이 ‘조각투자’를 현행 금융규제 안으로 편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부동산·미술품 등 다른 조각투자에도 영향을 미쳐 새로운 자산투자 형태인 조각투자 전반의 거래환경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뮤직카우 유튜브 갈무리
뮤직카우 유튜브 갈무리
■ 뮤직카우, 투자자보호 필요성 커져

3일 금융당국의 설명을 들어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조만간 뮤직카우 상품의 증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음악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증권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며 구체적으로는 투자계약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뮤직카우는 음악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투자자는 원작자의 저작권을 직접 소유하는 건 아니다. 사업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뮤직카우의 자회사 ‘뮤직카우에셋’이 원작자로부터 저작권 일부를 사들인다. 뮤직카우에셋은 뮤직카우와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양도 계약을 맺고 뮤직카우는 양도받은 권리를 쪼개 투자자들에게 판다.

저작권을 직접 거래할 경우 소액 투자자들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양수도 등록을 하는 등 번거로운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뮤직카우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거래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백서에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은 세상에 없던 자산이자 서비스여서 현행 자본시장법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는 전자상거래, 통신판매업 규제 하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에 “뮤직카우의 영업행위가 유사금융에 해당한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뮤직카우의 영업구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지난 1월부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뮤직카우의 영업행위가 금융투자업 성격이 있고 거래 상품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뮤직카우가 다수의 투자자한테 투자금(매수대금)을 받고 저작권료 청구권에 따른 수익을 배분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저작권료 청구권을 수시로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일반적인 주식투자와 목적과 거래방식이 유사하다. 뮤직카우 스스로도 광고에 “시세차익으로 (저작권료 외에도) 추가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코스피 지수처럼 매일 저작권료 총수익률을 지수로 산출한 ‘음악저작권지수’를 공개하기도 한다.

금융위는 저작권료 청구권을 구체적인 증권의 분류상 ‘투자계약증권’으로 보는 데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상품은 크게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나뉜다. 증권은 다시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증권예탁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한다.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가 타인과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를 말한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당시 새로운 개념의 증권을 포섭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아직 발행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가 뮤직카우를 자본시장법으로 규율하려는 또다른 이유는 뮤직카우의 덩치가 커진 것에 비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해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2017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뮤직카우는 지난달 15일 기준 누적 회원수 100만명을 돌파했고 누적 거래액이 3399억원에 이른다.

금융위는 현재 뮤직카우가 ‘저작권’을 파는 게 아닌데도 마치 투자자가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점을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또한 주식은 예탁결제원이라는 공공기관에 안전하게 보관돼있지만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은 이런 안전장치가 없다. 자본시장법의 증권으로 인정되면 뮤직카우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각종 투자자 보호 의무를 적용받는다. 금융위는 지난달 21일 보도설명자료에서 “투자자 보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선위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 누리집 갈무리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 누리집 갈무리
■ “커피값으로 고가 부동산·미술품 보유”…신개념 금융

조각투자는 음악저작권뿐만 아니라 부동산·미술품·명품·와인·한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큰돈을 투자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소액으로 자산의 일부를 소유하는 것이라 “커피값으로 부동산·미술품 산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뮤직카우와 이 곳이 판매하는 저작권이 금융투자업자와 금융상품으로 인정이 되면 또다른 조각투자 대상 상품도 같은 평가를 받을 공산이 커진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는 지난해 말 발표한 ‘분할소유권 거래의 금융법적 쟁점’ 논문에서 미술품 등 다양한 형태의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규율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분할소유권 거래가 자본시장법의 파생상품 또는 투자계약증권 성격을 갖고 있으며, 플랫폼 사업자가 여러 구매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운용하면서 수익을 구매자들에게 배분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집합투자업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플랫폼 사업자가 사전에 지분권자들에게 일정 수익을 약정하고 지분을 판매할 경우 유사수신 행위가 돼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 누리집 갈무리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 누리집 갈무리
금융당국이 뮤직카우를 금융투자업자로 규정할 경우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도 금융투자업 등록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금융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를 운영하는 카사코리아는 2019년 12월부터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고 영업 중이다. 카사는 빌딩 등 부동산을 기초로 발행한 토큰인 ‘디지털 수익증권(DABS)’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투자자들은 지분만큼 임대료 수익 등을 정기적으로 배당받는다. 토큰을 카사 플랫폼에서 사고팔 수도 있다.

물론 현행 금융규제를 당장 받지 않더라도 투자자보호 장치를 요구하는 당국의 주문은 강화될 여지가 크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카사의 혁신금융서비스를 2년 연장하면서 투자자 권리관계·거래구조 등을 포함한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또 카사가 발행한 토큰과 동일한 양의 수익증권을 발행해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하는 등 투자자 권리 보호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와 별개로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제정을 추진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의해서도 조각투자 사업자가 규제받을 가능성도 있다. 주요 조각투자 플랫폼은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소유권 증표(토큰)를 블록체인 기술로 발행하고 있는데, 이 토큰들이 가상자산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코인으로는 증권형토큰(STO), 대체불가능토큰 등이 있다. 현재 국회는 이런 코인을 ‘가상자산’의 범위에 넣어 금융상품에 준하는 투자자보호 제도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토큰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융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어 새 정부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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