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육당국 “처벌조항 없다”…외환은 대주주 유지 ‘면죄부’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외국계 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조기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 자회사들의 위법행위를 적발하고도 처벌조항이 미비하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줘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위는 24일 론스타 자회사인 허드슨코리아가 국내 유동화 전문회사의 자금 860만달러를 국외법인에 불법 반출하는 등 위법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위는 허드슨코리아의 자산유동화법 위반에 대해서는 ‘업무개선 명령’이라는 가벼운 조처를 내렸고,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재산 국외 도피에 대해서는 ‘1년간 비거주자에 대한 용역대가 지급정지’ 조처와 함께 검찰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사실상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금융기관의 대주주 자격은 금융 관련 법령(자산유동화법 포함)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아야 상실되는데,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자산유동화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대주주 자격을 상실해 10%를 초과하는 외환은행 지분(40.53%)을 6개월 안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현재 3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매각이익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금감위 발표를 보면, 허드슨코리아와 론스타코리아는 2000년 12월부터 2005년 4월까지 가짜 컨설팅 계약을 통해 국외법인에 용역비 지급 형식을 빌려 유동화 전문회사의 자금 860만달러를 불법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드슨코리아는 론스타펀드가 투자한 유동화 전문회사들 간에 자산을 싸게 또는 비싸게 매매하는 수법으로 수익금 170억원을 다른 유동화 전문회사에 이전시켰다. 또 허드슨코리아가 관리하는 국외 유동화 전문회사는 자금 차입이나 대여를 할 경우 유동화 계획서 변경등록을 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사항은 모두 자산유동화법에 위배되지만 이를 처벌할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미흡한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제도 보완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산유동화법은 외환위기 직후에 금융기관 부실자산의 신속한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한편, 재정경제부와 금감위가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자산유동화법도 금융산업 구조개선법과 금융지주회사법처럼 처벌 조항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라며 “법 제정 이후 8년이 지날 때까지 이를 방치한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은 은행법 시행령 중 ‘금융기관의 지배주주로서 적합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산업의 효율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는 조항을 근거로 계속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 김성재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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