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4.52%로 9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연일 치솟는 금리에 더 싼 이자를 찾아 나서는 ‘대출 갈아타기’도 성행하는 모습이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금액별 가중)는 전월보다 0.29%포인트 오른 연 4.52%로 2013년 3월(4.5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엔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까지 단행하자 대출금리가 급등했다. 이로써 지난달 신규취급 가계대출 중 5% 이상 고금리 비중도 16.3%를 나타냈다. 2013년 6월(17.4%) 이후 가장 큰 비중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전월보다 0.12%포인트 상승한 연 4.16%로 2013년 1월(4.17%)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91%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다소 하락했다.
금리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이례적으로 떨어진 것은 ‘대출 갈아타기’ 영향이 컸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씨티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소매금융을 단계적으로 철수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내세우는 등 고객들을 잡기 위해 신용대출을 대환해주는 상품을 늘렸다”며 “씨티은행 등을 중심으로 은행권 대환대출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차주들이 이자가 더 싼 곳으로 이동하면서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내려갔다는 뜻이다.
지난달 대환대출이 늘면서 변동금리 비중도 높아졌다.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17.8%, 변동금리 비중은 82.2%다. 변동금리 비중이 전월(81.6%)보다 0.6%포인트 커졌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는 국면에는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 있음에도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가 많았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씨티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갈아탈 때 금융채 3년물 조달금리를 적용하는 변동금리 상품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주들은 금리가 낮다면 변동금리여도 대환을 결정한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수신금리도 높아졌다. 지난달 저축성수신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93%로 전월보다 0.52%포인트 상승했다. 2013년 2월(2.94%) 이후 최고치다. 순수저축성예금 평균 금리는 연 2.82%로 전월 대비 0.50%포인트 상승했다.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1.28%로 전월(1.49%) 대비 0.21%포인트 축소됐다. 이자 장사 비판에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 예금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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