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리인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더 두텁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월부터 정부는 자영업 부채 조정을 부실차주·부실우려차주와 정상차주로 나눠 진행할 방침인데, 빚을 정상적으로 갚다가 부실로 넘어가기 직전인 ‘중간 단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취약계층 부채 지원에 대해서는 재정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재정 건전성 기조’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오는 9월 말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투트랙’으로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전체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의 12%로 추정되는 부실차주·부실우려차주(저신용, 휴·폐업자, 장·단기연체자 등)는 새출발기금에서 이자 감면, 장기 분할 상환, 원금 탕감 등이 지원된다. 이외에 빚을 정상적으로 갚고 있으면서 신용이 괜찮은 정상 차주는 저금리 대환, 금융권 자율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처 등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새출발기금 대상에 저신용자 등 연체 이전이라도 부실이 우려되는 차주까지 넣어 지원 범위를 넓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를 걱정한다. 새출발기금 외 정상 차주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새출발기금은 30조원 규모인데, 고금리 대출이 있는 자영업 정상 차주의 부채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 규모는 8조5천억원에 그친다. 새출발기금과 다르게 사업자 대출 외에 개인대출은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지원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또 정부는 9월 말 이후 자영업 정상차주에 대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는 민간 금융권 자체 판단에 맡기기로 한 상태다. 대출을 해준 금융 기관이 자유롭게 지원을 이어 나가라는 취지이다. 정부는 금융권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지원을 이어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장 자영업자들은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한겨레>에 “새출발기금이 부실우려차주, 개인대출 등까지 포함하면서 지원 범위를 넓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신용점수가 괜찮으나 매출과 소득이 매우 적어 부실차주·부실우려차주와 정상차주 경계선에 있는 소상공인은 또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강제 영업제한을 고려해 정상 차주도 피해가 있다면 부채 감면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재정투입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영업 부채 조정에 직접 투입되는 예산은 많지 않다. 30조원 새출발기금은 정부가 3조6천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공채 발행으로 조성된다. 자영업자 정상 차주 저금리 대환에 투입되는 재정규모는 6800억원에 그친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인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를 이어가는 건 민간 금융권이 자율 결정하는 것으로 재정이 아예 투입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재정 건전성 기조로 꼭 필요한 취약계층 부채정책이 차질을 빚을지 우려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부채 조정은 시장 원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하므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현 정부가 재정 긴축 기조로 전환하면서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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