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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조각날라 레고랜드처럼...부동산PF 대출, 연쇄부실에 떤다

등록 2022-10-11 07:00수정 2022-10-11 16:17

미래가치 보고 자금 미리 빌려줘
8년간 비은행권서 431% 급증
대출 기반인 증권도 90.4% 늘어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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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하락세로, 최근 몇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고 급속도로 불어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쇄 부실이 우려된다. 2011~2013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약 8년간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은행권에서 23% 늘어난 반면, 비은행권에서 무려 431% 급증했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관련 채권을 기반으로 다시 유동화 증권도 발행해 투자금을 끌어모으는데, 이 규모도 8년간 90.4% 증가했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미노식 부실을 불러올까봐 금융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 금융권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38조8천억원에서 112조2천억원으로 73조4천억원(189.2%) 급증했다. 2011년 터진 저축은행 부동산 피에프 대출부실 사태를 고려해 은행권은 5조3천억원(23%) 늘리는 데 그쳤지만, 비은행권에서는 68조1천억원(431%) 대폭 증가했다. 약 8년 동안 부동산 피에프 대출 증가율은 여신전문금융회사(888.9%), 보험사(659.6%), 저축은행(409.5%) 순서로 크다. 비은행권은 과거 부실 사태에도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대출을 늘렸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개발 사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자금을 미리 빌려준다.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미래에 차곡차곡 들어오기로 했던 현금흐름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출도 부실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만 해도 19주 연속 하락세다. 금리 인상과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개발 비용은 증가하는데,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사업이 지연·취소되면서 대출 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미분양 주택 증가도 부동산 피에프 대출에 치명적이다.

아직 전 금융권 부동산 피에프 대출 연체율은 0.50%(지난 6월 기준)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11.23%)보다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비은행권의 연체율이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고, 여전사(지난해 말 0.19%→지난 6월 0.84%)와 저축은행(1.21%→1.76%) 연체율은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 상황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이 위험한 이유는 부실이 꼬리를 물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 영역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한 유동화 시장도 발달돼 있다. 개발 시행사에 대출해준 금융기관이 유동화전문회사(SPC)에 대출채권을 넘기면, 에스피시는 이 대출채권을 다시 위험을 분산시킨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변환해 투자자를 끌어모은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에서 파생된 유동화 증권 규모도 2014년 20조9천억원에서 올해 6월 39조8천억원으로 18조9천억원(90.4%)이나 큰 폭 증가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보증 수수료를 노려 유동화 증권 채무보증에도 끼어든다. 증권사의 관련 채무보증 규모도 지난 8년간 17.5조원(236.5%) 불어났다.

복잡한 부동산 피에프 대출 구조에 여러 곳이 얽혀 있는터라 부실이 발생하면 도미노식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첫 단계인 시행사 개발사업부터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위험해진다. 9월말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방공기업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 건설 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 피에프 대출을 기반으로 약 2천억원 규모의 유동화 증권을 발행했는데, 정작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서 유동화 증권과 연관된 증권사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지난 7일 비은행권에 부동산 피에프 대출 관련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둔화로 부동산 피에프 대출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대비를 당부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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