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5일 시민들이 주요 은행 현금인출기를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의 ‘이자 장사’ 지표인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지난달 또 확대됐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리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은행연합회가 20일 소비자포털에 공시한 올해 1월 예대금리차를 보면, 19개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07%포인트로 전달(1.90%포인트) 대비 0.17%포인트 확대됐다. 은행연합회가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이래 최대 수준이다. 햇살론 등 중금리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도 1.93%포인트로 전달(1.73%포인트)보다 벌어졌다.
5대 은행(신한·케이비(KB)국민·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예대금리차도 일제히 확대됐다. 특히 케이비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1.1%포인트에서 지난달 1.81%포인트로 확대 폭이 5대 은행 중 가장 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저금리의 법인 단기 예금이 대폭 증가한 반면 대출 쪽에서는 고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체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배경에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조정의 시차도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예금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기까지는 한 달여 간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 수준이 신규코픽스(자금조달지수)에 연동되어 결정되는데, 신규코픽스는 은행들이 취급한 정기예·적금과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금리와 환매조건부채권매도 금리, 금융채 금리 등을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일종의 ‘원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코픽스는 전달 취급한 금액이 다음 달 중순부터 반영된다. 이에 은행들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예금금리를 내린 영향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됐고, 대출금리인 주담대의 경우 2월16일 이후 취급분부터 적용됐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점차 예대금리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픽스에 한 달 시차가 있기 때문에 예금금리 인하 폭이 대출금리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려면 3월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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