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예금 인출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고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들어서는 고객.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국내 금융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하며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따라 내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회의 때 ‘빅스텝’(정책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5대 시중은행(신한·케이비(KB)국민·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4.186∼6.36%로 약 일주일 전인 지난 6일(연 4.54∼6.46%) 대비 상단이 0.1%포인트, 하단이 0.354%포인트 낮아졌다. 대부분 은행들이 주담대 혼합형 상품의 준거 금리로 사용하는 금융채(은행채 무보증AAA)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연 4.439%에서 연 4.080%로 0.359%포인트 떨어진 영향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이날 기준 연 5.295∼6.62%로 지난 6일(연 5.36~6.64%) 대비 상·하단이 모두 내렸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와 연동된 금융채(은행채 무보증AAA) 6개월물 금리가 연 3.798%에서 연 3.688%로 떨어진 탓이다.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최근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주(21~22일·현지시각) 예정된 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채권시장에 선반영되며 금융채 금리가 한달 넘게 상승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연 3.889%였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9일 연 4.446%까지 올랐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고금리에 따른 자산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0일 갑작스레 파산하면서 연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도 180도 바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정책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는 지난 8일 빅스텝 가능성을 78.6%로 봤으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이후인 14일 현재 이 가능성은 0%가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예측은 힘들지만, 미국이 통화긴축을 완화하고 한국은행이 한 차례 더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겠느냐”라며 “연준 회의 때까지 조달 비용에 변동 요인이 생기지 않으면 대출 금리도 하향 안정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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