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을 강화하는 ‘꼼수’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았던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이런 우선주를 이용해 싼 값에 보통주를 확보하는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전환사채에 같은 규제가 도입된 데 뒤따른 조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에도 리픽싱·콜옵션 규제를 적용한다고 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 전환우선주는 정해진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이며, 상환전환우선주는 여기에 더해 회사채처럼 발행회사에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된 주식이다.
먼저 리픽싱 규제는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전환가액’과 관련이 있다.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때 보통주의 값을 싸게 매길수록 더 많은 보통주, 즉 더 많은 의결권이 확보된다. 전환가액이 낮을수록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것이다. 실제로 이제까지는 최대주주가 전환우선주 등을 사들이면서 전환가액을 최대한 낮추는 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에는 전환가액을 함께 낮추면서도, 주가가 올라갈 때는 이를 상향 조정하지 않는 식이었다.
앞으로는 사모 발행된 전환우선주나 상환전환우선주의 경우 전환가액의 상향 조정이 의무화된다.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이 조정된 뒤 다시 주가가 오를 때는 전환가액의 상향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상향 조정의 범위는 최초 전환가액 이내로 한다. 또 처음 전환가액을 결정하거나 하향 조정할 때도 시가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된다.
콜옵션 행사에도 제한을 건다. 이제까지는 회사가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콜옵션을 부여한 경우가 많았다. 일단 다른 투자자가 전환우선주 등을 사더라도 나중에 최대주주 쪽에서 이를 되사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콜옵션 행사 한도를 해당 주식을 발행할 당시 지분율로 제한하기로 했다. 관련 공시 의무도 강화한다.
이는 지난해 전환사채(CB)를 대상으로 같은 규제가 도입된 데 따른 후속 조처의 성격을 띤다.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는 전환사채와 같은 방식으로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음에도 규제 바깥에 있어 규제 형평성이나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다만 리픽싱 규제 등은 해당 증권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만큼 이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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