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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2600선에 안착하면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눈높이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올해 코스피 상·하단(이하 밴드) 전망치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수가 오른 뒤에야 전망치를 조정하는 모양새다. 이런 까닭에 증권사의 전망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투자자들 사이에선 나온다.
증권사들로선 머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측이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상황인 점을 고려해달라는 항변이다. 일부에선 달라진 투자 환경을 고려하면 코스피의 절대적 수준보다는 업종·기업 분석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 2600선 뚫은 코스피, 전망 올리는 증권사
올해 들어 코스피는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225.67로 올해를 시작한 코스피는 1월3일 저점(2218.68)을 찍은 뒤 어느새 2600선을 돌파했다. 그간 길고 짧은 등락은 있었으나 ‘추세적 상승’을 부인하긴 어렵다. 증시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2600선 안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올해 코스피 밴드 전망치를 내놓은 증권사들은 난감한 처지가 됐다. 예상외의 코스피 훈풍에 ‘전망 오류’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하나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올해 코스피 상단을 각각 2550, 2570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최근 한 두 달 새 코스피 밴드 전망치를 잇달아 수정했다. 현재 주요 증권사 중 코스피 올해 상단을 2700보다 낮게 보는 곳은 없다. 삼성증권의 경우엔 지난달 낸 하반기 전망 상단을 지난해 연말에 제시한 전망과 같은 수준(2600)으로 유지했다가 이달 들어 부랴부랴 2750으로 끌어올렸다.
증권사들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결정이나 국내 주요 업종의 업황 불확실성이 큰 탓에 코스피 밴드 전망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정용택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과거처럼 일반적인 이론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팬데믹 같은) 충격으로 왜곡되는 현상이 생기고, 여기에 대응하는 (통화·재정) 정책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렸던 상황이라 과거에 사용했던 준거의 툴(도구)을 대체할 만한 새 잣대를 찾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좀더 다른 시각에서 코스피 밴드 전망을 제시하지 않는 곳도 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적이다. 이 증권사의 서철수 리서치센터장은 “오래전부터 코스피 밴드를 제시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코스피를 사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상장된 종목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밴드 전망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 센터장은 “각 증권사들이 내는 밴드 자체도 대동소이하다. ‘맞춘다 안 맞춘다’ 갑론을박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18% 이상 상승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모아둔 ‘코스피200 톱(TOP) 10’ 지수는 연초 대비 23.3% 올랐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200 중소형주’ 지수는 13.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개별 기업이나 산업군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숫자만 보는 건 자료 이용의 실익이 가장 떨어진다. 전망치를 낼 때 어떤 전제로 이 숫자를 가져왔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간·분기 밴드는 상징적 의미”라며 “어떤 업종의 실적이 양호할지 이익 흐름을 짚어가면서 선별하고, 업종 내에서 대표주 중심으로 매매하는 것이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아이비케이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도 “투자자들이 밴드에 너무 집중하면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려는 아이디어를 놓칠 수 있다. 리서치센터도 지수가 아닌 관점을 보여주는 데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