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연합뉴스
원화 대비 일본 엔화의 가치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중앙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엔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회 삼아 관련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고 있다.
16일 원-엔 재정환율(오후 3시30분 하나은행 고시 기준)은 전날보다 2.38원 하락한 100엔당 903.82원을 기록했다. 최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0원선 아래로 떨어졌던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통화 긴축에 나서는 동안에도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는 등 완화정책을 이어가면서 엔화 가치는 최근 꾸준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선 것은 4월6일과 27일 이틀뿐이었고, 5월 이후 최근까지는 하락세다. 원화뿐 아니라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엔화 가치 역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초 130엔 수준이었던 달러-엔 환율은 최근 다시 140엔대로 올라섰고, 유로-엔 환율도 15년 만의 최고치인 유로당 154엔 수준까지 올랐다.
일본 중앙은행은 이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단기금리(연 -0.1%)를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연 0%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완화정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최근 엔화 가치 하락을 기회 삼아 관련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엔화 가치가 수년 만에 최저 수준인 만큼 앞으로 엔화 가치가 오를 때 차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 말 5조2670억원에서 이달 11일에는 7조3300억원까지 불어났다. 엔화 선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도 활발하다. 지난해 연간 158억원 수준이던 개인들의 일본엔선물 ETF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에는 102억원, 이달 1∼15일에는 18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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