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 가능’ 앞두고 미수거래 제한 나선 증권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신규 상장 종목 주가가 상장 첫날 최대 4배까지 상승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증권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미수거래를 제한하고 나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날부터 신규 상장 종목에 대해 신규상장일 당일 미수거래를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엔에이치(NH)투자증권과 케이비(KB)증권도 27일부터 관련 조처에 들어갔다. 미수거래란 투자자가 일정 비율의 증거금을 담보로 내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레버리지 거래의 일종이다.

증권사들의 조처는 지난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기준가격 결정 방식과 가격 제한 폭이 바뀐 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공모가격의 90∼200% 내에서 호가를 접수해 시초가를 결정하고, 장이 열린 뒤 시초가의 상하 30% 내에서 거래가 가능했다. 공모가격의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되고, 상한가를 갈 경우(일명 ‘따상’) 공모 투자자는 가장 큰 수익을 볼 수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제도를 손질해 공모가격을 시초가로 하고, 상장 첫날 가격 제한 폭을 시초가의 60∼400%로 수정했다. 공모가격 대비 4배 수준, 일명 ‘따따블’까지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장 첫날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은 160%에서 300%로 높아졌고, 최대 손실률도 37%에서 40%로 커졌다.

신규상장일 가격 결정과 제한 폭 변화. 한국거래소

증권사들이 미수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손실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투자자가 빌린 돈을 2거래일 후까지 갚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증권사는 보유 주식을 강제청산(반대매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도 손해를 보지만 증권사도 미수금을 떠안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 레버리지 거래인 차액결제거래(CFD)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면서 미수채권을 떠안은 바 있다.

신규 상장 당일 미수거래 제한 조처를 결정한 엔에이치투자증권 관계자는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제한 폭 확대로 미수금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에는 디지털 보안솔루션 업체인 시큐센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개정 규정을 처음으로 적용받아 ‘따따블’에 도전한다. 시큐센은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1931.6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시초가는 희망 밴드(2000∼2400원)보다 높은 3천원으로 결정됐다.

조해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