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의 대규모 유상증자나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르고 있다. 계열사들의 재무 구조 악화가 연쇄적으로 그룹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지난주 씨제이(CJ) 씨지브이(CGV)와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 1조17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조달 자금은 시설자금, 채무상환자금,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추진되는데, 지분 34.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에스케이가 증자에 얼마나 참여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투자자들은 이번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유상증자가 그룹 전체에 끼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상증자 발표 다음 거래일인 지난 26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주가는 6.08% 급락했는데, 에스케이의 주가 역시 4.17%나 떨어졌다.
앞서 지난 20일 씨제이 씨지브이의 유상증자 계획 발표도 전체 그룹 주가를 흔들었다. 현재 상장 주식수의 1.5배를 웃도는 7470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와 약 4500억원으로 자체 평가한 씨제이 보유 주식(씨제이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을 현물출자한다는 게 발표 내용이다. 조달 자금은 채무상환과 시설·운영자금에 쓰인다.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된 다음 날인 21일 씨지브이 주가는 21.1% 급락했고, 씨제이와 씨제이제일제당도 각각 4.99%, 5.31% 하락했다. 다만 씨지브이의 지분을 48.5% 갖고 있는 씨제이는 이번 유상증자에 600억원만 참여할 예정이다.
롯데그룹도 계열사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돼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정기평가에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등급전망은 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쇼핑이 발행한 롯데지주 연대보증채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내려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0일 펴낸 보고서에서 “롯데케미칼은 영업창출 현금 규모의 축소와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해 장기신용등급을 조정했고,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과 자회사 지분투자 증가에 따른 재무 부담 확대 등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무 상황이 우량한 계열사가 어려움에 빠진 다른 계열사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특정 계열사의 여건이 나빠졌을 때 자연스럽게 다른 계열사로도 부담이 옮겨갈 위험이 존재하며, 때로는 구원투수를 자처한 기업의 소수주주와 지배주주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량 계열사의 지원을 통해 위험의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시장 투자자들은 한 계열사의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우량 계열사의 기업 가치도 할인해서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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