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의 자회사인 경남은행 점포 입구. 연합뉴스
경남은행 직원이 500억원대 금액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금융당국과 검찰이 검사와 수사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에 이어 또 다시 은행권에서 거액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직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15년여간 담당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 경영진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아무개(50)씨가 40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추가 횡령을 덮는 데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용 금액 158억원까지 더하면 총 562억원 규모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경남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횡령 의혹을 인지하고 보고한 직후부터 검사를 진행해왔다. 검찰도 수사에 착수해 이날 이씨와 관련자들의 주거지,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이씨는 2016∼2017년 피에프 대출의 수시상환액을 본인의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빼돌린 금액은 모두 77억9천만원이다. 이씨는 해당 대출이 이미 부실화한 건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2022년에는 아예 피에프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700억원 한도약정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중 326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본인의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이체했다.
추가 횡령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용 건도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해 피에프 대출 상환자금으로 들어온 158억원을 본인이 담당하던 다른 피에프대출 상환에 유용했다. 대출자금 횡령을 덮기 위해 유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금감원도 추가 횡령 혐의를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 여부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비엔케이(BNK)금융지주나 경남은행 임원들이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특히 이씨가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동산 피에프 업무를 담당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씨가 순환인사 없이 15년여간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 전형적인 수법을 썼다는 점, 금액이 큰 편인데도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직원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피에프대출 같은 고위험 업무는 기안자와 결재자, 자금이체 실행자가 다 달라야 하는데 이런 원칙이 지켜졌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은행 사태 이후에도 횡령을 제때 자체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시 우리은행 직원이 약 70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자, 금감원은 모든 은행에 자금 관리 체계를 자체 점검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때 경남은행은 점검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한다. 금감원이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경고한 배경이다. 금감원은 이날 은행권 전체에 피에프 대출 내역을 재점검하라고 요청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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