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5.1원 오른 1342원으로 마쳤다. 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위기와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3개월여 만에 달러당 1340원 선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매도세가 강해지며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1원 오른 1342원에 마감했다. 지난 1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 134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5월2일(1342.1원) 이후 처음이다. 장 초반 1343원까지 오르며 지난 5월 17일에 기록한 환율 연고점(1343원)을 다시 터치하기도 했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1286.3원)은 전달 대비 0.8% 하락(원화 강세)했지만, 이달 들어선 원-달러 환율이 12거래일 만에 4.5%(58.2원)나 급등했다. 매우 가파른 원화 약세 흐름이다.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신용 위험 등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는 재료들이 잇따라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경제가 소매 판매나 산업 생산 등 여러 지표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 통화 긴축의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단기적인 환율 상승의 한 요인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나타난 달러 강세가 원화 등 달러에 견준 여타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한층 취약해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도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수출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탓에 경기 반등 시점이 지연되고 반등 강도도 예상보다 약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30억1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6~7월 두 달 동안 이어진 월간 기준 흑자 행진이 이달에도 이어질지 불안한 상황이다.
김승혁 엔에이치(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엔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권 통화는 동반 약세를 보여 당분간 원화는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79(0.23%) 하락하고 코스닥지수는 7.75(0.88%) 오르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