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칼을 들었다. 과도하게 대출 심리를 자극하는 걸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출할 때 만기를 50년이 아닌 40년으로 설정하는 안을 은행권과 협의하고 있다.
3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30일 50년 만기 주담대를 많이 취급한 카카오뱅크·엔에이치(NH)농협·에스에치(SH)수협·케이비(KB)국민·하나은행의 대출 담당 임원 등을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당국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디에스알을 우회해 대출 한도를 높이는 데 남용될 수 있는 만큼, 디에스알 한도를 산출할 때 만기를 50년이 아닌 40년으로 계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매달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편익은 지키되,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디에스알 산출 시에는 강화된 시나리오를 적용해 차주가 상환 여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의견 수렴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디에스알 산출 방식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50년 만기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 은행의 시뮬레이션 결과, 연 소득이 6500만원인 차주가 기존에 50년 만기 주담대를 통해 받을 수 있던 한도는 5억1600만원이지만, 만기를 40년으로 조정하면 한도는 4억8100만원으로 3500만원(약 7%)이 줄어든다.
당국은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출시 한달 만에 2조원 넘게 취급되자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주의 상환 능력이나 의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다주택자 등에 무분별하게 대출이 나가지 않도록 은행권이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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