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부채 증가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경고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 전세자금대출도 포함하는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5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전날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높아진 금리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시 가계부채도 증가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금융안정성 및 중장기적 거시건전성 관리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먼저 통화긴축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포워드 가이던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이 고금리의 장기화는 물론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조하는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행위가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시장에 내보내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집값 반등에 대한 기대감의 기저에는 내년 이후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디에스알 규제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소비자가 상환 능력 범위 안에서 빚을 낸다는 디에스알 원칙의 예외 적용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지금은 제외돼 있는 전세대출을 디에스알에 점진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전세대출 원금상환액은 임대인 디에스알, 이자상환액은 임차인 디에스알 산정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현재 전세보증금은 임대인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만 반영되고 있어 ‘디에스알 사각지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 위원은 “디에스알 원칙만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거시건전성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금융회사 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대출 고삐를 죄는 방안도 거론됐다. 신 위원은 가계 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빚이 과도하게 팽창하는 시기에 은행권에 자본 적립 의무를 추가로 부과함으로써 손실에 대비하고 대출 공급을 줄이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추이를 지켜보면서 가계 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금융회사의 대출만기 설정 방식에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차주의 생애주기나 연령별 기대 소득 흐름을 고려해서 대출만기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차주가 은퇴를 앞두고 있으며 은퇴 후에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만기를 더 짧게 설정하는 식이다. 만기를 단축하면 디에스알 한도 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신 위원은 이런 만기구조 설정 방식을 당국이 규제 체계 안에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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