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면서 증권사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손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증시가 고금리와 전쟁 여파로 다소 부진한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사랑을 받았던 2차전지 종목과 한때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 등의 목표주가 하향이 눈에 띈다. 증권사는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하는데, 투자의견은 ‘매수’ 비중이 압도적인 탓에 투자의견 ‘중립’이나 목표주가 하향 조정을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10월 들어 목표주가가 낮아진 기업 가운데선 2차전지 관련주로 주목받았던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이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삼성증권(61만원→37만원), 신한투자증권(56만원→43만원) 등이 목표가를 내려 잡았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역시 이달 들어 엔에이치(NH)투자증권(75만원→66만원), 에스케이(SK)증권(70만원→65만원) 등에서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가 나왔다. 대표적인 2차전지주로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집중됐던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실적(연결 기준 영업익 459억원·전년 동기 대비 67.6% 감소)이 시장 눈높이를 밑돌면서 여러 증권사에서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원자재 가격 등 2차전지 업황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조정이지만, 올해 들어 과열 논란이 일 만큼 급등했던 주가가 다소 밀린 결과로도 풀이된다. 이들 종목은 7∼8월까지만 해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증권가는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단기간 급등을 경고하면서도 오른 주가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사실상 사후적으로 올려 잡았다.
하지만 주가가 당시보다 떨어진 상황에서 실적과 업황 전망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다시 내리고 있는 셈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포스코퓨처엠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한 단계 낮추며 “실적 하향 조정과 내년 판가 하락 가능성으로 회사의 프리미엄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현재의 높은 멀티플(배수·미래 가치와 성장 가능성 등을 반영)에서 주가의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6월 말 기준으로 소액주주 비중이 60.57%인 카카오는 이달 들어서만 10개 증권사가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를 내놨다. 카카오 주가는 올해 중 20% 가까이 떨어졌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보고서에서 “다양해진 사업부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으로 전사 실적 개선은 2023년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력 신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어 2024년을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이달 들어 3개 증권사에서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엘지(LG)와 롯데그룹 계열사의 목표주가도 다수 하향 조정됐다. 증권가는 엘지화학, 엘지에너지솔루션, 엘지디스플레이, 엘지이노텍, 엘지생활건강 등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려 잡았다. 롯데 역시 이달 들어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롯데정보통신 등의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룹사 차원의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기보다는 배터리 등 개별 기업의 업황에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은 내수 비중이 높아 경기 부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업종별로는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항공주가 적게는 2곳, 많게는 5개의 증권사에서 눈높이가 낮아졌다. 국제유가 고공행진 등 거시경제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건이 경쟁 당국의 심사 문제로 길어지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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