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초 이후 상승 폭을 대부분 되돌리며 부진한 가운데 증권가는 내년 코스피도 고금리와 고유가 속에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증권사들의 내년 전망도 보수적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망 보고서를 내놓은 곳들을 살펴보면, 대개 내년 코스피 예상 범위(밴드) 하단을 2200∼2300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는 5% 넘게 떨어지면서 2300선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에서 내년 증시 바닥이 형성될 거란 얘기다. 11월 첫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3% 오른 2301.56으로 마감했다.
녹록지 않은 증시 전망이 나오는 데는 고금리·고유가 환경이 자리한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원유국의 감산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와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변수가 이어지며 오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문제는 공급 차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다. 2010년대 이후에는 고유가와 강달러가 동반으로 연출되면서 신흥국에 특히 불리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고금리는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고 수익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2200∼2300선에서 형성된 하단 전망에 견줘 상단 전망의 차이는 비교적 크다. 키움증권은 내년 코스피 상단을 2900까지 내다봤지만 하나증권은 2600, 한국투자증권은 2650 등으로 낮게 잡았다. 올해 증시가 기업 이익의 바닥을 확인한 뒤 2024년에는 개선세를 보일 거라는 큰 경로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정도와 증시 영향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는 것이다. 올해들어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최저 2218.68(1월3일), 최고 2667.07(8월1일)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3∼4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내년 이익 전망에 변화가 있겠지만 기조적인 측면에서는 코스피 이익 개선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라며 “이익 반등 국면에서 외국인의 지분율이 확대된 경험을 고려하면 내년 외국인은 ‘바이 코리아’(한국주식 매수)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증권은 “코스피 영업이익률 개선이 예상된다. 국내 기업의 투자도 증가가 기대된다”면서도 “이러한 개선 기대가 국내 기업 투자에 선제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내년부터 실적은 다시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이익의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코스피가 종가 기준 2300을 하회한 날을 기점으로 하단 전망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초·중순에 내년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는 대개 내년 저점을 2300으로 예상했지만, 10월26일(2299.08) 이후 나온 보고서들은 주로 2200선을 하단으로 제시했다. 증권가도 전망을 낮춰 잡아야 할 만큼 최근 주가 하락세가 급격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추정치를 기반으로 밴드 상·하단을 정하기는 하지만, 전망이 항상 똑같을 수는 없다. 개별 종목의 목표주가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듯이 최근 증시를 반영하게 된다”며 “지금이 굉장히 이례적인 증시 하락 사이클이다 보니 고민이 좀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