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전 기술특례로 상장했던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저조한 실적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이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주가도 하락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 파두의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 3분기 매출액은 3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7일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두의 상장 당시 몸값(시가총액)은 1조5천억원에 달했지만, 저조한 실적이 발표되면서 최근 주가는 내림세다. 실적 공시 다음날인 9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14일에도 전날보다 6.99% 하락하면서 시총은 8천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파두가 지난 6월 상장을 위해 제출한 투자설명서에는 1분기 실적까지만 담겨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76억6천만원이었고, 연간으로는 1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실적이 추락했다는 게 파두 쪽의 설명이다.
하지만 상장 과정에서 회사는 물론이고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실적 부진을 몰랐을 리가 없다는 의심이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터져 나온다. 파두의 기업공개(IPO)를 담당했던 엔에이치(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6월29일까지 기업실사를 진행했는데, 상반기까지 회사 상황을 살펴보며 실적 부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려 책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대표 주관사인 엔에이치투자증권의 기업공개 업무 관계자는 “예정됐던 발주가 지연됐는데 상장을 준비하던 시점에는 발주 물량이 돌연 연기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4분기 들어서면서부터 일부 발주 재개가 확인되고 있으니 시장에서 이해심을 갖고 기다려주면 애초 제시한 사업 전망을 맞춰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도 상장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와 주관사가 상장 당시 그런 내용(실적 부진)을 알고 있었는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등을 일차적으로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새내기 상장사의 상장 과정을 다시 살펴보는 일은 흔치 않다.
파두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아직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도 기술력이 인정된다면 상장 조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올해 7월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달 거래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상장한 기술특례상장 기업 164곳 중 108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금융당국은 기술특례상장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달에는 공시 서식을 개정해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차이(괴리율)와 원인 등을 자세히 밝히도록 했다. 다만 파두의 경우 공시 서식이 바뀌기 전에 상장한 터라 적용을 받지 않는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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