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장을 갖춰입은 금융회사 임원들이 자리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앞에 놓인 자료를 살펴보거나 인사를 주고받는 이들의 뒤로 언론사 카메라가 깔려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를 주재하는 금융감독원 인사가 입장해 마이크를 켠다.
최근 1∼2주에 한 번꼴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금감원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한 각종 간담회는 40건을 웃돈다. 금감원 누리집을 보면, 2020년 6건, 2021년 26건, 2022년 1∼5월 13건에 그쳤던 ‘간담회’ 보도자료는 이복현 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6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37건, 올해 들어선 40건을 넘겼다. 반면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 주관 간담회 횟수는 지난해 6월 이후 눈에 띄는 변화 없이 그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감원의 간담회 대상은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 등 업권은 물론이고 최고경영자(CEO)부터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참석자 직책도 다양하다. 올 상반기 중에는 외국인유학생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 간담회, 금융소비자 현장간담회 등 일반 소비자 대상의 간담회도 종종 열렸다.
하반기 들어서는 ‘업계 단속’ 성격이 짙은 간담회가 주를 이룬다. 상생금융(은행), 불법공매도(증권)처럼 사회적 관심이 큰 화젯거리가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지난달에는 독감보험 경쟁 과열(손해보험), 기업공개 뻥튀기 논란(증권) 등 비교적 세세한 주제와 관련해서도 간담회가 열렸다.
‘시(C)레벨’로 불리는 각 부문별 최고경영책임자들이 주로 참석하는 간담회 특성상 주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기보다는 금융당국의 긴 당부와 업계의 짧은 의견 개진이 간담회의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한 대형 증권사의 고위 임원은 “참석 인원이 많다 보니 얘기를 많이 하진 않는다. 업계 입장도 고려해 달라고 말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의견 수렴 자리로 알고 갔다가 질책만 듣고 왔다는 경험을 토로하는 곳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통제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 차원에서 부르는 줄 알고 갔는데 정작 가보면 (당국의) 업계에 주문하는 느낌이 더 강했다. 부담스러운 자리였다”고 말했다. 관치금융이 확대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쪽은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르는 등 사회적 관심이 큰 이슈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간담회 개최 수가 조금 증가한 면이 있다”면서도 “당국의 의견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고 업계의 다양한 의견도 함께 듣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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