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 넘게 불어났다. 전달보다 증가폭이 축소되긴 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견주면 여전히 가파른 수준의 증가세다. 다만 최근 주택거래량이 줄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도 당분간 가라앉는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한달간 국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천억원 늘었다. 10월(6조2천억원)과 11월(2조6천억원)에 이어 증가폭이 축소됐다. 이는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이 크게 감소한 결과다. 기타대출은 11월에 3조원 줄어든 데 이어 12월엔 4조9천억원 급감했다. 가계는 연말 상여금으로 빚을 갚고, 금융회사들은 연말을 앞두고 부실채권 매각·상각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담대는 5조1천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 5조2천억원에서 11월 5조6천억원으로 증가폭이 커졌다가 다시 축소됐다. 이는 주로 지난해 9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접수를 중단한 영향이 본격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은행권에서는 정책모기지가 감소세로 전환했고, 집단대출과 일반 개별 주담대는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다만 5조1천억원의 증가폭은 주담대가 증가세로 전환한 지난해 3월(1조원)에 비하면 여전히 작지 않은 수준이다.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는 점차 잦아들 전망이다. 주담대 수요의 핵심 요인인 주택거래량이 꾸준히 줄고 있는 탓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월 3만7천호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2만7천호로 감소했다. 수도권도 9월 1만4천호에서 10월 1만1천호, 11월 9천호로 줄어드는 추세다. 11월 주담대 증가폭 확대를 이끌었던 전국 입주 물량도 10월 4만2천호에서 11월 3만9천호, 12월 2만5천호로 감소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새해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 따라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폭은 10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8조8천억원 줄었다가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과 금융감독원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올해 중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단계적 도입 등 이미 발표한 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