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정통인력 간부로 영입해 한국인 지휘
중국·인도기업 주 대상 20~30% 수익률
“국내 자산운용사 아시아 진출 주춧돌 놔”
중국·인도기업 주 대상 20~30% 수익률
“국내 자산운용사 아시아 진출 주춧돌 놔”
미래에셋 홍콩·싱가포르 법인 진출 2년 미래에셋 홍콩자산운용에서 일하는 김병하(33)씨는 경력 7년차의 중견 펀드매니저다. 지난해 초 처음 홍콩에 온 그는 요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 주식만을 대상으로 자산운용을 해 원자재 값이 올라도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었죠. 그러나 여기서는 아시아 주요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대상이 2~3배나 많습니다. 그만큼 배울게 많죠.” 미래에셋은 ‘아시아·태평양 자산운용사 리더’의 비전을 갖고 2년 전 홍콩과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외국에 진출해 직접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두 법인은 한국에서 모집한 자산 1조9천억원 가량을 운용 중이다. 펀드 수익률은 올해 초 30%를 웃돌다 조정장세를 맞아 현재는 20%대를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의 행보는 한국 운용사의 외국 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주목거리다. 두 법인은 8개국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홍콩 쪽에서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싱가포르 쪽에서는 인도 기업들이 주 대상이다. 김용문 홍콩자산운용 대표는 “진출 목적은 투자대상을 아시아 전역으로 다변화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이다. 핵심 실행전략은 현지사정에 가장 정통한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것이다. 김미섭 싱가포르자산운용 CFO(재무책임자)는 “한국에서 중국 관련 주식을 투자한다면 수박 겉핥기밖에 안된다”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최고 인재들을 뽑아 운용하고 중장기적으로 이들에게 배우는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홍콩 금융중심가에 자리한 미래에셋 사무실은 20여명의 ‘다국적 팀’이 일하고 있다. 이 팀은 한국인 4명을 포함해 중국·홍콩·인도·오스트레일리아·영국 등 6개국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싱가포르 쪽도 한국인 3명을 포함해 인도·싱가포르 등 3개국 20여명으로 짜여져 있다. 홍콩에는 아예 리서치센터를 세웠는데, 올해 3월 슈로더에서 아시아 시장을 맡았던 영국인 로버트 제임스 호럭을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싱가포르 쪽에서는 슈로더와 템플턴에서 아시아시장을 담당해온 싱가포르인과 인도인을 영입했다. 한국인을 이들 외국인들 밑에 배치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아직 현지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외국인 밑에서 배워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도 몇개월씩 현지에 머물며 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초 영입된 싱가포르인 펀드매니저 버나드 림은 “아시아 최고의 자산운용사가 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가 인상적이었고 정서상 서양회사보다 동양회사가 맞아 입사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지난 2년간 나름대로 주춧돌은 놓았다고 평가한다. 김 재무책임자는 “자신감이 붙었다”며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우수 인재만 갖고 있으면 어느 회사와도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도와 중국에도 진출한다. 미래에셋의 시도는 국내에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자금을 운용할 대상이 한정된 상황에서 투자대상을 외국으로 넓히고 국내 운용사가 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기회가 많은 만큼 위험도 큰 신흥시장에서 위험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외국인 인력과의 융합을 원활히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홍콩·싱가포르/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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