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서비스 늘리면 지점설치때 혜택
미국은 70년대부터 ‘지역재투자법’등 시행
미국은 70년대부터 ‘지역재투자법’등 시행
금융기관 공익성 제고 법안 잇단 발의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금융회사한테 대출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마련되고 있다. 박영선 의원(열린우리당)은 13일 금융회사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기관의 공익성 제고 촉진법안’을 마련해 여야 의원 27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다.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과 이상경 의원(열린우리당)도 금융 공공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연내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민과 중소기업, 지역 거주자 등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활동에 수익성과 경쟁 원리가 강조되면서 금융 접근성이 위축됐다. 금융기관의 합병과 대형화, 지방은행의 퇴출, 신용평점제도의 일률적 적용 등의 상황 변화도 이들의 금융 이용을 어렵게 만들었다. 조복현 한밭대 교수(경제학)가 추정한 자료를 보면, 2004년 말 현재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 소외자’는 약 185만명,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신용등급이 매우 낮아 특별관리되는 ‘금융 차별자’는 375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합한 ‘금융 배제자’ 수는 모두 560만명으로, 15살 이상 인구의 15%에 이른다. 대부업체 등 사금융 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사금융 이용자 5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자료를 보면, 사금융 이용자 가운데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아닌 금융정상거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해 66%로 2003~2004년 평균 44%보다 크게 확대됐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이 급전 조달을 위해 사금융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견줘 지방 거주자들의 금융 접근성도 매우 취약하다. 심상정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말 현재 전체 금융회사들의 수도권 여신은 570조7천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62.8%나 됐다. 박영선 의원이 마련한 법안의 골자는 금융회사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내역을 공개하고, 정부는 공공성이 강한 금융회사들에 대해 지점 설치 등에서 우대하자는 것이다. 공익적 업무 내용에는 중소사업자·여성·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여신과 금융서비스,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 투명경영·윤리경영, 친환경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심상정 의원이 다음달 제출하는 법안은 계좌금액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서민과 지역에 대한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법안에 대해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뒤늦은 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조복현 교수는 “미국은 금융기관들이 영업하고 있는 해당 지역에 금융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고 이를 공표하도록 하는 ‘지역재투자법’을 197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금융회사들이 서민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