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인수 불법 확인…재경부·금감위 등 주의 촉구
감사원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위원회가 2003년 은행법상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이 팔리도록 승인한 사실이 감사 결과 최종 확인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처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감위원장에게 12일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외환은행 매각 추진 실태 감사 결과’에서 “금감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없음을 알고도 과장·왜곡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에 근거하는 등 승인이 위법·부당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적정한 조처와 관련해 애초 알려진 ‘직권 취소’보다는 종합적인 판단 아래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을 주문했다. 법을 어겼다 하더라도 승인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이 은행법에 없는데다,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감사원 쪽 설명이다.
정채웅 금감위 홍보관리관도 “감사원 의견은 존중하겠지만, 사건이 법원에 계류중인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기존의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유지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넘겨진 셈이 됐다.
또 감사원은 외환은행 매각 관련 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한 재정경제부와 금감위,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등에 대해 기관 주의를 촉구하고, 김석동 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현 재경부 차관)과 양천식 전 금감위 상임위원(현 수출입은행장) 등 관련자 11명은 징계 시효가 지나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외환은행 매각 협상 기준 가격을 고의로 낮게 산정해 수출입은행에 손해를 끼친 이강원 전 행장 등 외환은행 경영진과 매각 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등 손해 회복 방안을 마련하도록 수출입은행장에게 통보했다.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퇴임이 예정돼 있던 사외이사 7명에게 제공한 12만주의 스톡옵션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의 이날 감사 결과 발표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추진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계에서는 론스타가 6~7월로 예상되는 법원의 1심 판결에서 대주주 자격이 박탈될 만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금감위가 앞으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법원의 최종 판결을 지켜본 뒤 재심의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외환은행 재매각도 그만큼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감사원의 요구대로 수출입은행이 이강원 전 행장과 모건스탠리에 대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경우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은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곤 최익림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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