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우리나라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현황
“고금리·집값 추락→가계대출 부실→금융기관 부도”
주택금융공사 “집값 30% 떨어져도 문제안돼” 반론
주택금융공사 “집값 30% 떨어져도 문제안돼” 반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한국판 서브프라임 위기설’로 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과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판 위기설의 실체는 시중 금리가 계속 오르고 집값이 급격히 내릴 경우 가계대출 부실을 불러 오고, 이는 금융기관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사태 역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이 금리 상승을 못 견디고 이자를 연체하거나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비롯됐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금리가 오르는 추세가 이어지면 2금융권 중심으로 부실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공격적인 대출 전략은 ‘가계발 금융위기’의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은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대출한도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 안팎에서 결정하지만, 2금융권은 은행보다 10~40%포인트 높게 적용한다. 1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릴 경우 은행에선 50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2금융권은 6천만~9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12%로, 은행 평균 금리인 연 6.2%에 견줘 높은 편이다. 여기에 2금융권의 경우 2순위 또는 3순위 대출이 많아, 집값이 떨어지거나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회수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주택금융공사는 15일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해 말 기준 공사의 LTV는 48.4%로 은행 평균 49.5%보다도 낮았다”며 “집값이 30% 떨어져도 공사의 LTV 수치는 69.2%로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홍선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 전체 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현재 12.0%로 높지 않다”며 “가계대출 부실로 인한 저축은행 부실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김헌수 홍보실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평균 연체율이 14%에 이르지만, 저축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평균 연체율은 9% 안팎”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가 담보를 주택저당채권(MBS)으로 발행하고 이를 투자은행과 보험사 등이 사들여 큰 손실을 봤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선 집값이 떨어져 2금융권이 부실화돼도 은행 등 1금융권의 위기로 파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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