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수신 감소…은행 금리와 격차 줄어든 탓
저축은행들의 수신액이 8년여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17일 상호저축은행중앙회의 여수신 자료를 보면, 5월 말 현재 110여개 저축은행의 수신액은 46조5802억원으로 4월 말에 견줘 885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월별 수신이 감소한 것은 1999년 4월 이후 8년1개월 만이다. 지난 한 해 저축은행의 월평균 수신 증가액은 6천억원대였지만 올 들어 5월까지 4천억원대로 2천억원 가량 줄었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수신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금리 동향’을 보면, 시중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2005년 12월 연 4.14%에서 올해 5월 4.86%로 0.72%포인트 올랐지만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5.32%에서 5.55%로 0.2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에는 시중은행들이 1년 정기예금 특판상품을 5% 초반에 내놓아 예금금리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데 소극적인 것도 원인이 됐다.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서 그동안 주 수익원이었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막히자 고수익을 올릴 만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금을 조달해봐야 운용할 곳이 부족하다면 예금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자금을 덜 조달하는 것이 차라리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증권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돈의 흐름이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되고 있어 예금 위주의 영업을 해왔던 저축은행이 1차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김헌수 저축은행중앙회 홍보실장은 “6월 예금 잔액도 감소세를 보일 것 같다”며 “감독당국이 저축은행도 외국환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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