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헐값매각 판결 전에는 승인못해”…‘먹튀’ 논란 다시 불거질듯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외환은행 매각에 합의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매각 승인을 미루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매각이 최종적으로 성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홍콩상하이은행은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외환은행 주식 51.02%를 론스타한테서 63억1700만달러(약 5조9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홍콩상하이은행은 “거래가 완료되려면 금융감독위원회 등 대한민국 정부 기관의 승인을 비롯한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며 “만약 주식 취득 승인을 위한 정식 신청서가 2008년 1월31일까지 금감위에 제출되지 못하면 론스타는 본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또 “내년 4월30일까지 인수가 완료되지 않으면 당사자 일방에 의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양쪽이 인수 완료 시점을 내년 4월까지로 정한 것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내년 초에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감위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매각을 승인해줄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홍영만 금감위 홍보관리관은 “현재 외환은행 매각과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검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론스타와 홍콩상하이은행의 이번 매각 합의는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또다시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감사원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금감위는 론스타에 매각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론스타가 이대로 한국을 떠나게 되면 투기자본의 불법 여부를 밝힐 기회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또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금감위의 방침에 따라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했던 국내 은행들이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 본사를 둔 홍콩상하이은행은 세계 3위 은행으로 82개국에 1만여 지점·사무소를 두고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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