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0.5%P 인하 ‘충격요법’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가 18일(현지시각)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라는 ‘대담한’ 조처를 취하자 세계 주식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달포 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뒤 드리웠던 먹구름이 활짝 걷히기라도 한 듯 ‘버냉키 랠리’를 즐기기에 바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이날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방기금 기준금리를 연 4.75%로 0.5%포인트 내렸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0.5%보다는 0.25%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연준의 이번 조처를 두고 ‘충격 요법’이라고 말한다. 연준은 재할인 금리도 연 5.25%로 0.5% 포인트 내렸다.
미국의 금융시장은 ‘주가 급등’으로 화답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335.97(2.51%)이나 올라 5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대형주 위주의 에스앤피500지수는 43.13(2.92%) 뛰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19일 64.04(3.48%) 오르면서 1902.65로 장을 마쳐 한달여만에 1900선을 되찾았으며, 일본 니케이지수도 579.74(3.67%) 상승하는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주가지수가 대부분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연준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라는 공격적 모습을 보인 것은, 신용시장과 주택시장의 불안감이 좀체 가시지 않는데다, 특히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연준이 성명서를 통해 “신용시장 경색이 주택시장의 조정 강도를 높이고 경제 성장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늘 조처는 금융시장 혼란으로 빚어질 수 있는 경제 전반에 대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데서 잘 드러난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4년만에 처음 줄어들었다는 고용지표 등이 발표된 뒤 미국에서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을 비롯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연준의 이번 조처로 일단 위기의 확산이라는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들은 “부채나 자산을 담보로 한 증권 등이 지금보다 좀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며 “시장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주택시장도 모기지 대출 금리가 내릴 여지가 커 침체 속도가 둔화되고, 경기의 위축세도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비관론을 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금융시장 곳곳에 도사린 위험 요소들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우며 주택시장 침체는 일시적 부양책으로 되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
한편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가 투자자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기보다는 면죄부를 줌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자산시장의 거품을 더 키울 것이라고 걱정한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자살 행위’라고까지 혹평했다. 당장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그러지 않아도 기름값과 금값 등이 치솟고 있다. 달러 약세까지 겹쳐 수입 물가 등이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달러가 급격하게 약세를 보이면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짙어질 수도 있다. 버냉키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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