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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행이 고리대금업 ‘돈줄’ 노릇

등록 2007-10-23 19:49수정 2007-10-24 00:04

시중은행의 대부업 대출 현황
시중은행의 대부업 대출 현황
연 8% 금리로 대부업체 종잣돈 대줘…올들어 1200억여원
시중은행들이 서민 신용대출에는 인색하면서도 대부업체에 빌려준 잔액이 1천억원이 넘어 사실상 대부업체의 ‘전주’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빌린 돈을 종잣돈 삼아 서민들에게 고리를 받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애실 의원(한나라당)에게 낸 자료를 보면, 11개 시중은행들이 6월 말 현재 1203억원(잔액 기준)을 대부업체에 빌려 준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들의 대부업체 대출은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1017억원, 1436억원이었다.

은행별로는 △에스시(SC)제일은행 412억원 △하나은행 368억원 △농협 159억원 △우리은행 77억원 차례다. 제일은행은 2006년 208억원에 견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은 “대출액 중 400억원을 7월에 회수해 지금은 10여억원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농협의 대출액은 2005년 8억원에서 지난해 158억원으로 급증했다. 농협 쪽은 “지난해 한 대부업체에 예금을 담보로 150억원을 대출해줬다”며 “전체 대출금이 97조원 가량 되는데 대부업체 대출금은 1%도 안 되는 수치”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실무자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영업점에서 대부업체가 담보를 갖고 대출을 요청해 올 경우 대출을 안 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부업체들은 은행에 담보대출 방식으로 연평균 8% 안팎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 뒤 서민들에게는 고리로 대출해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액 신용대출을 지속적으로 줄여온 저축은행들도 대부업체에 대규모 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진수희 의원(한나라당)에게 낸 자료를 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46곳에서 대부업체 120곳에 3616억원을 대출해줬다.

김애실 의원은 “은행들이 서민들에 대한 소액 대출에는 인색한 채 돈벌이가 되는 대부업체에는 뭉칫돈을 빌려주고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감원 은행감독국 간부는 “은행의 대부업체 대출에 관해 모니터링은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대부업체 대출을 규제하는 법적·제도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대부업체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직접 서민 신용대출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대부업체 대출은 안정적인 이자 수익만을 추구하는 은행의 잘못된 관행”이라며 “은행들은 서민들 가운데 상환 의지가 있는 사람을 선별해 대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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