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 ‘반대’ 뜻 밝혀
“연기금·펀드의 은행인수는 허용해야” 주장
“연기금·펀드의 은행인수는 허용해야” 주장
박병원(사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 완화 주장에 대해 ‘실익이 없는 논란’이라며 반대의 뜻을 나타났다. 그러나 연기금과 펀드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서 제외해 은행 인수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7일 기자들과 계룡산 등산 뒤 오찬 자리에서 “세계적으로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사례가 없다”며 “금산분리를 완화하더라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실익이 없는 논란”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보다 더 강력한 것이 국민 정서인데, 국민이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재벌)이 금융자본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제한한 것을 말한다.
그는 “법적으로 금산분리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국민정서 때문에 삼성이나 엘지가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겠느냐”며 “정치권의 금산분리 폐지 논란은 실익이 없어도 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이데올로기 논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연기금과 펀드를 비금융주력자로 구분해 은행 지분 인수에 제한을 둔 조항은 없어져야 한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곳이 은행을 못 사도록 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금융주력자 규정은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를 제한하기 위한 것인데 연기금, 펀드 등을 산업자본과 똑같이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연기금과 펀드 등은 비금융주력자 대상에서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하나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는 은행 지분을 원칙적으로 4%까지 보유할 수 있으며 4%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할 경우에 한해 금감위 승인을 받아 10%까지 가질 수 있다. 박 회장의 발언은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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