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하자 문턱 낮춘 신상품 잇따라 출시
“전세대출 좀 받아가세요.”
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세대출 신상품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판매실적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과 농협은 ‘우리V전세론’과 ‘NH아파트 전세자금 대출’ 요건을 최근 동시에 바꿨다. 두 상품은 모두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아파트를 전세로 얻거나 기존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자 할 때 임차보증금의 60% 범위 안에서 신규 전세자금은 최고 2억원, 생활안정자금은 1억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 8월20일 선보인 ‘우리V전세론’은 지금까지 70억원어치가 팔렸고, 그보다 한 달 앞서 출시된 ‘NH아파트 전세자금 대출’은 120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은 대출 대상에 300세대 이상 준공 승인을 얻은 미등기 신규분양 아파트도 넣고 임대인의 주택 소유 기간도 1년 이상에서 3개월 이상으로 줄였다. 또 이미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받은 고객도 이 상품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미등기 아파트는 대출을 받을 수 없었고 국민주택기금 대출이 있을 경우 이를 갚아야 이용할 수 있었다.
한편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상품과 달리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10월25일까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의 전세자금 보증 규모는 2조124억원으로, 지난해 1년 간의 보증액 1조7319억원을 이미 앞질렀다. 주신보의 연간 전세자금 보증공급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3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오른데다 분양가 상한제, 청약가점제 등의 시행으로 주택구입 시기를 뒤로 미루는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전세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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