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예금 금리와 적금 잔액 추이
펀드에 밀려 2004년부터 ‘역전’…금리도 ‘뚝’
“요즘 누가 적금을 드나요. 새로 상품 가입하는 고객 10명 가운데 1명 정도 적금에 들까요. 나머지 고객들은 펀드예요.” 서춘수 신한은행 스타시티 지점장은 ‘요즘 고객들이 적금을 어느 정도 드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적금의 굴욕’이다.
적금이 펀드에 밀려 은행창구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시중은행들이 펀드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2004년부터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적금 잔액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의 충격을 막 벗어나기 시작한 1999년부터 꾸준히 늘어났고 2003년엔 20조1734억원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다 2004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해엔 15조6580억원까지 줄었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주식펀드 설정잔액은 56조원, 국외 주식펀드는 42조원 등 98조원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회사에 첫발을 들여놓은 신입사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적금 가입이었다. 지금의 펀드처럼 한달에 5만~10만원씩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다. 남자들은 적금으로 전세 자금을 만들고 여자들은 결혼 자금을 만들었다. 40대는 집을 넓히기 위해, 50대는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금을 들었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목돈 마련 수단이었다.
이런 적금이 최근 들어 펀드 열풍에 밀려났다. 적금의 굴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찾지 않으니 당연히 금리가 떨어졌고, 2년 전부터는 아예 예금 금리에도 못 미치게 됐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00년 시중은행들의 평균 적금 금리는 연 7.73%, 예금 금리는 연 7.08%로 적금이 0.7%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2005년부터 역전이 돼 지난해에는 적금 금리가 예금 금리에 견줘 0.56%포인트 높았다. 손민근 한국은행 조사역은 “은행들이 저금리성 자금을 모으기 위해 예금 금리는 높여준 반면, 적금 금리는 올리지 않아 예금 금리와 적금 금리가 역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만이 아니다. 적금 가입자의 나이대도 내려갔다. 몇년 전만 해도 사회 초년생들이 적금을 많이 들었으나, 최근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중학생 등이 주로 적금을 든다고 시중은행 상품개발 담당자들은 말한다.
직장인들이 적금을 드는 이유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목돈 마련이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외여행을 가기 위해 1년 동안 돈을 모으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김종덕 우리은행 개인전략팀 차장은 “3년 전만 해도 적금의 70~80%는 3년 만기 상품이었으나, 최근에는 적금의 70% 이상이 1년 만기 상품”이라며 “적금이 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짧은 기간 돈을 집중적으로 모으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적금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부터 최고 연 6%의 금리를 주는 자유적립식 적금인 ‘가족사랑 자유적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달에 1000만원까지 납입 횟수에 제한 없이 저축할 수 있다. 3년제의 경우 연 5.2%의 기본 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우대금리 0.8%포인트 혜택을 받을 경우 3년제 상품은 최고 금리가 연 6.0%에 이르게 된다.
저축은행들은 이미 지난 7월 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리는 등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저축은행들의 적금 금리(6일 현재)를 보면 △참앤씨저축은행 7.00% △에이치케이(HK)저축은행 6.30% △솔로몬저축은행 6.10% △현대스위스저축은행 6.00% 등 모두 6%대를 웃돈다.
서춘수 팀장은 “최근 재테크 흐름이 저축에서 투자 위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주가 하락 등을 고려한다면 금융 자산을 펀드에만 올인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적금 등에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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