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 진동수 / 이철휘
기업은행장 ‘윤용로 내정설’에 진동수 응모 철회
예보 전례없는 추가공모…캠코사장 이철휘 거론
예보 전례없는 추가공모…캠코사장 이철휘 거론
기업은행장 공모에 지원한 재정경제부 전 차관이 경쟁자의 사전 내정설에 반발하면서 중도 사퇴를 하고, 예금보험공사(예보)는 공모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등 국책 금융기관장 선임 과정이 파행을 빚고 있다. ‘공모제’가 겉으로만 진행될 뿐 실제로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진동수(행시 17회) 전 재경부 차관은 14일 기업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지원 철회 사유서를 냈다. 그는 사유서에서 “후보추천위가 저의 공직 경험과 진정성을 인정해서 후보로 추천하더라도 저의 희망과 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엄연한 현실이 저를 무겁게 짓눌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진 전 차관은 청와대 쪽과 관계가 불편한데다 윤용로(행시 21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차기 행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각 부처 차관들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이사회에서 이미 윤 부위원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회는 원래 국책 연구기관의 기관장을 선임하는 곳인데 각 부처 차관들이 모이다 보니 공기업 기관장 자리 배분의 창구가 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진 전 차관의 지원 철회와 관련해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 공모하는 사람에게 사전에 어떤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13일까지 사장 후보 지원을 받은 예보도 14일 추가 공모에 나서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예보는 “좀더 널리 사람을 구해 보자는 뜻에서 추가 공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박대동 금감위 상임위원과 이양한 예보 감사 등 3명이 지원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보도 ‘사전 내정설’이 나돌자 일부 사장추천위원들이 “우리가 들러리냐”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계에서는 윤용로 부위원장이 기업은행장에 사실상 내정되자, 애초 금감위 잔류를 원했던 박대동 위원이 예보 사장직을 고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산관리공사(캠코)도 14일 마감한 사장 후보 공모에 4명이 지원했는데, 이철휘(행시 17회) 재경부 대외부문 장관 특별보좌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정부는 인사의 공정성을 기하고자 공모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부가 마음에 둔 인사를 기관장으로 앉히거나 힘 있는 부처 간에 자리를 나눠먹는 관행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후보추천위원을 한 적이 있는 전직 장관급 인사는 “위원들이 후보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재경부 등 정부 쪽 위원이 한 후보로 몰아가면 바람몰이 인사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친정부 추천위원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을 추천위에 포함시키고 추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김진철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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