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새 주택담보대출 금리 동향
조달금리 상승분 대출자에 덤터기 전가…예대마진 늘어나
시디(CD·양도성예금증서)와 은행채를 과도하게 발행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크게 끌어올린 은행들이 이번에는 가산금리마저 올리고 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더하는 것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대출자의 신용이 나쁠 때 올린다.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 경쟁에 따른 경영 악화의 책임을 대출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이번주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붙는 가산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최근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06%포인트 올렸다. 매달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외환은행도 이번주부터 0.06%포인트 오른 가산금리를 적용한다. 이에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4일부터 신용대출 상품들의 가산금리를 일제히 0.15%포인트씩 인상했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무엇보다 시디금리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식시장으로 예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외화 차입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은행들이 성장 위주의 자산 경쟁에 매달리면서 시디와 은행채 발행 물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예대 마진이 줄어들자 이제는 가산금리까지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최근 발표한 ‘2008년 은행 경영 10대 이슈’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대출 재원에 대한 예금 부족 현상은 여전할 것”이라며 “은행권이 대출 재원 마련에 다른 대안이 없어 시디 및 채권 발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에는 지난 2005년 한해 동안 21조5천억원 가량 풀렸던 주택담보대출금의 원금 상환 시기가 찾아와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출자들의 90% 이상이 3년 동안은 이자만 낸 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3년 거치 원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받았다. 예를 들어 2005년 초 은행에서 2억원을 빌린 대출자라면, 지난 3년 동안 시디 금리가 2.2%포인트 가량 급등하면서 내년에는 연간 이자 부담이 3년 전보다 440만원 이상 늘어나는데다 원금 2억원에 대해서도 매달 분할 상환해야 한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내놓은 ‘최근 유동성 사정 악화의 교훈과 과제’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대출에만 초점을 맞춰 자금을 조달하는 데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필요한 시점에 조달하는 ‘수요 중시형 유동성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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