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4분기 국고채와 CD평균 금리 추이
고금리 무섭던 2007년 4분기
시디·채권 발행 남발한 은행들 예대마진 커져
학자금·담보대출 고객 오른 이자 갚느라 낭패 은행들이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를 대규모로 발행했던 지난해 4분기에 정작 은행들의 수익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상당부분 짊어져야 할 ‘고통’을 대부분 고객들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은행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은 국고채와 시디금리 같은 시장금리의 급등을 촉발했고,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학자금 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갑자기 늘어난 이자에 허덕여야 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은행들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모든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1년 만에 상승 반전한 것이다. 순이자마진은 대출 등으로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06년 4분기 3.62%에서 지난해 3분기 3.33%까지 줄었지만, 4분기에는 3.39%로 1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2.46%로 앞 분기보다 0.11%포인트 올랐는데, 이 역시 1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2.30%와 2.36%로 앞 분기에 견줘 모두 0.09%포인트씩 올랐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말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이자가 크게 늘어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대출은 대부분 3개월 변동금리형 상품인 반면 예금은 대부분 시장금리보다 낮은 확정 금리 상품이어서 금리가 급격히 오를수록 예대마진이 커지게 된다. 지난해 4분기에는 자고나면 금리가 오른다고 할 정도로 금리가 급격히 뛰어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시디금리는 지난해 초 4.92%에서 지난해 12월에는 평균 5.73%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까지 상승했다. 또 올해 1월 2~4일 국고채 5년물 평균 금리(5.88%)를 기준으로 정해진 올해 1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도 연 7.65%로 직전 학기보다 0.99%나 올랐다.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에 펀드로 예금이 이탈하는데다 국외 조달도 어려워지자 고금리를 물면서까지 시디와 은행채를 마구 찍어냈다. 은행들은 자산확대 경쟁을 완화하기보다는 손쉬운 방법인 시디와 채권을 발행하는 데 매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자산 확대는 최고경영자(CEO)와 부행장들의 실적과 연관돼 있어 경쟁을 쉽사리 접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시중은행들은 2006년 시디를 11조원 발행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두 배가 넘는 28조원어치를 발행했다. 박성진 삼성투신운용 팀장은 “3개월 단기금리인 시디 금리가 급등하면 3년, 5년의 장기채인 국채 금리도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시디금리가 국채금리를 견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불안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회귀하면서 시디금리는 다시 떨어지고 있다. 18일 시디금리는 연 5.27%로 16영업일째 하락세를 이어갔고, 국고채 5년물도 5.07%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뒤늦게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 사람들과 올해 1학기 학자금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이찬근 금융경제연구소장(인천대 교수)은 “은행들이 금리 리스크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고정금리 상품 개발 등 제도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학자금·담보대출 고객 오른 이자 갚느라 낭패 은행들이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를 대규모로 발행했던 지난해 4분기에 정작 은행들의 수익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상당부분 짊어져야 할 ‘고통’을 대부분 고객들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은행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은 국고채와 시디금리 같은 시장금리의 급등을 촉발했고,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학자금 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갑자기 늘어난 이자에 허덕여야 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은행들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모든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1년 만에 상승 반전한 것이다. 순이자마진은 대출 등으로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06년 4분기 3.62%에서 지난해 3분기 3.33%까지 줄었지만, 4분기에는 3.39%로 1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2.46%로 앞 분기보다 0.11%포인트 올랐는데, 이 역시 1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2.30%와 2.36%로 앞 분기에 견줘 모두 0.09%포인트씩 올랐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말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이자가 크게 늘어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대출은 대부분 3개월 변동금리형 상품인 반면 예금은 대부분 시장금리보다 낮은 확정 금리 상품이어서 금리가 급격히 오를수록 예대마진이 커지게 된다. 지난해 4분기에는 자고나면 금리가 오른다고 할 정도로 금리가 급격히 뛰어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시디금리는 지난해 초 4.92%에서 지난해 12월에는 평균 5.73%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까지 상승했다. 또 올해 1월 2~4일 국고채 5년물 평균 금리(5.88%)를 기준으로 정해진 올해 1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도 연 7.65%로 직전 학기보다 0.99%나 올랐다.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에 펀드로 예금이 이탈하는데다 국외 조달도 어려워지자 고금리를 물면서까지 시디와 은행채를 마구 찍어냈다. 은행들은 자산확대 경쟁을 완화하기보다는 손쉬운 방법인 시디와 채권을 발행하는 데 매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자산 확대는 최고경영자(CEO)와 부행장들의 실적과 연관돼 있어 경쟁을 쉽사리 접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시중은행들은 2006년 시디를 11조원 발행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두 배가 넘는 28조원어치를 발행했다. 박성진 삼성투신운용 팀장은 “3개월 단기금리인 시디 금리가 급등하면 3년, 5년의 장기채인 국채 금리도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시디금리가 국채금리를 견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불안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회귀하면서 시디금리는 다시 떨어지고 있다. 18일 시디금리는 연 5.27%로 16영업일째 하락세를 이어갔고, 국고채 5년물도 5.07%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뒤늦게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 사람들과 올해 1학기 학자금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이찬근 금융경제연구소장(인천대 교수)은 “은행들이 금리 리스크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고정금리 상품 개발 등 제도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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