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상품 이렇게 만들어진다
성공한 은행상품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증권CMA로 옮긴 고객 ‘잔고 100만원 미만’ 주목
국민은행 ‘젊은층’ 겨냥 20일만에 20만계좌 돌파 국민은행 수신상품개발팀은 지난해 7월 은행 안에서 ‘공공의 적’으로 찍혔다. 일선 지점의 영업직원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를 받았다. “고객들을 증권사로 다 빼앗긴다” “다른 은행들은 모두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대항 상품을 내놓는데 왜 만들지 않느냐”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한창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그럴 만도 했다. 보통통장에 들어 있는 서민들의 ‘잔돈’에 0.1~0.2%의 ‘초저금리’를 주며 홀대해 온 은행들은 모두 ‘아차’하며 후회했다. 다른 은행들은 보통예금 계좌 잔액 중 일정 기준(예컨대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4~5%의 높은 금리를 주는 계좌로 옮겨주는 이른바 ‘스윙상품’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수신상품개발팀은 지난해 5월부터 상품개발에 들어갔으나 몇 달째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고객의 욕구(니즈)를 분석해 보니 스윙상품이 대안이 못 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었죠.”(정현호 팀장)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은행의 중장기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고심을 거듭했다. 이 팀은 우선 ‘어떤’ 사람이 ‘왜’ 갈아타는지를 먼저 분석했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국민은행 고객 2500만명 가운데 시엠에이로 빠져나간 고객은 13만명이었는데, 이들의 85%가 20~30대 젊은층이었고 72%가 평균잔액 100만원 이하인 일반고객이었다. 좀 더 심층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부터 20~30대를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세 차례 진행했다. ‘왜 빠져나가는지’ ‘스윙상품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에 대한 심층 조사였다.
“예금을 넣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이자가 250원 붙었어요. 나중에도 예금은 하고 싶지 않아요.”(20대 여대생)
“평균잔액이 200만원 이상이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요? 그 아래면 금리가 거의 0%인 거죠. 저는 잔고가 30만원도 없을 때가 많은데요.”(30대 직장인)
심층 인터뷰에서 꼼꼼하고 야무진 젊은층들은 금리에 매우 민감해 은행의 주 상품인 예·적금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고 스윙상품에 대해서도 차가운 반응을 나타냈다. 고민하던 팀은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쪽으로 상품을 기획했다. 적은 금액에 오히려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역발상’ 상품이었다. “기존 은행권의 스윙형 고금리 상품들이 보통 300만원 내지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높은 금리를 주는 것과는 반대로 100만원 이하의 금액에 연 4%의 금리를 적용하는 ‘역발상’을 통해 상품을 기획한 거죠.”(이상률 수신상품개발팀 대리) 물론 주판알을 튕겨본다면 은행으로선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에게 젊은층은 앞으로 성장 원동력과 잠재 고객이 될 사람들입니다.”(정 팀장) 이렇게 해서 올해 1월 21일 첫선을 보인 ‘KB Star*t 통장’은 20여일 만에 20만좌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9천계좌 이상씩 쑥쑥 팔려나간 셈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국민은행 ‘젊은층’ 겨냥 20일만에 20만계좌 돌파 국민은행 수신상품개발팀은 지난해 7월 은행 안에서 ‘공공의 적’으로 찍혔다. 일선 지점의 영업직원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를 받았다. “고객들을 증권사로 다 빼앗긴다” “다른 은행들은 모두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대항 상품을 내놓는데 왜 만들지 않느냐”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한창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그럴 만도 했다. 보통통장에 들어 있는 서민들의 ‘잔돈’에 0.1~0.2%의 ‘초저금리’를 주며 홀대해 온 은행들은 모두 ‘아차’하며 후회했다. 다른 은행들은 보통예금 계좌 잔액 중 일정 기준(예컨대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4~5%의 높은 금리를 주는 계좌로 옮겨주는 이른바 ‘스윙상품’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수신상품개발팀은 지난해 5월부터 상품개발에 들어갔으나 몇 달째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고객의 욕구(니즈)를 분석해 보니 스윙상품이 대안이 못 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었죠.”(정현호 팀장)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은행의 중장기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고심을 거듭했다. 이 팀은 우선 ‘어떤’ 사람이 ‘왜’ 갈아타는지를 먼저 분석했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국민은행 고객 2500만명 가운데 시엠에이로 빠져나간 고객은 13만명이었는데, 이들의 85%가 20~30대 젊은층이었고 72%가 평균잔액 100만원 이하인 일반고객이었다. 좀 더 심층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부터 20~30대를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세 차례 진행했다. ‘왜 빠져나가는지’ ‘스윙상품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에 대한 심층 조사였다.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적인 은행상품을 만들어내는 국민은행 개인상품부 수신상품개발팀 정현호(왼쪽에서 두 번째) 팀장과 팀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관 회의실에서 상품기획 회의를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심층 인터뷰에서 꼼꼼하고 야무진 젊은층들은 금리에 매우 민감해 은행의 주 상품인 예·적금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고 스윙상품에 대해서도 차가운 반응을 나타냈다. 고민하던 팀은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쪽으로 상품을 기획했다. 적은 금액에 오히려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역발상’ 상품이었다. “기존 은행권의 스윙형 고금리 상품들이 보통 300만원 내지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높은 금리를 주는 것과는 반대로 100만원 이하의 금액에 연 4%의 금리를 적용하는 ‘역발상’을 통해 상품을 기획한 거죠.”(이상률 수신상품개발팀 대리) 물론 주판알을 튕겨본다면 은행으로선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에게 젊은층은 앞으로 성장 원동력과 잠재 고객이 될 사람들입니다.”(정 팀장) 이렇게 해서 올해 1월 21일 첫선을 보인 ‘KB Star*t 통장’은 20여일 만에 20만좌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9천계좌 이상씩 쑥쑥 팔려나간 셈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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