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등장에서의 투자자별 매매동향
기관·개인 ‘차익실현’ 매물로 외국인은 ‘반등’에 베팅
“본격적 수급변화 아니지만 과매도 급락세 회복 과정”
“본격적 수급변화 아니지만 과매도 급락세 회복 과정”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최근 거래일 열흘 중 8일 동안 순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 5천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하루 순매수 규모로 따지면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다. 그 뒤로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1조2867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 등 투신권을 포함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는 주로 내다파는 모습을 보였다. 투신은 10일 중 지난달 27일과 28일을 제외하고는 줄곧 순매도했다. 최근 열흘의 전체 순매도 규모는 6569억원이다. 같은 기간 전체 기관투자자의 순매도액이 4019억원이었다. 투신의 매도세가 특히 강했음을 알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더 많이 내다팔아, 1조73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열흘 중 순매도한 날은 5일이었지만, 하루 순매도액이 적게는 1천억원대에서 많게는 3천억원 이상이었다. 반면, 하루 순매수 규모는 100억~400억원대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로 위태로운 증시에 외국인과 내국인이 서로 반대쪽으로 내달리는 셈이다. 본격적인 수급의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향후 증시 움직임을 가늠할 중요한 기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결국 외국인은 금융위기가 큰 고비를 넘겼다고 보고 향후 반등에 패를 건 반면, 투신과 개인은 단기 반등에 따라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들이 지난해와 올해 초에 한국시장에서 대규모로 순매도를 하다보니 한국 비중이 많이 낮아져 순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신용위기가 큰 고비를 넘기면서 다소 완화되고 있는데다, 한국의 기업실적이 생각보다 탄탄해 가격 이점이 부각된 것 또한 외국인 순매수세를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혔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국민은행·에스케이텔레콤 등 실적개선 기대감이 높은 종목들을 주로 사들였고, 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평가되는 엘지디스플레이·우리금융지주·현대차 등을 내다팔았다.
투신과 개인은 단기 반등에 따라 일부 보유분에 대한 차익 실현에 나서는 등 외국인보다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조 부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1600선에 들어온 자금이 차익 실현의 적기라고 보는 것 같다”며 “개인이나 투신을 비롯한 기관은 일방적 매도·매수보다는 반등하면 팔아서 차익을 챙기고, 내리면 다시 사들이는 투자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투신권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현대차·하이닉스·삼성전자였고, 순매도는 에스케이텔레콤·에스케이에너지·국민은행에 몰렸다. 개인은 엘지디스플레이·대한항공·에스케이에너지를 순매수했고, 삼성전자·현대차·하이닉스 등을 팔았다.
지수로 보면 일단 외국인의 ‘베팅’이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투신이 던진 주식을 외국인들이 받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급반등했다. 지난달 18일 종가 1588.75에서 이달 1일 1702.25까지, 113.5(7.14%)나 오른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5천억원대 순매수에 나서기 전날인 18일 코스피지수가 1585.32로 올해 들어 최저점이었고, 그 뒤로 주가가 하락한 날은 이틀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사고 투신·개인은 파는 동안 증시가 올랐다면, 누가 더 현명한 투자자일까? 조 부장은 “최근의 한국 증시 반등은 과매도 현상을 보이며 급락했다가 다시 복원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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