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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유행펀드’ 지르다 ‘날림펀드’에 낚일라

등록 2008-04-15 19:06수정 2008-04-15 19:23

시기별 유형펀드 현황 (※ 클릭하시면 원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펀드·중동펀드·물펀드…작년 새 펀드만 3132개
부풀려진 기대수익 대신 시장규모·변동성 따져봐야
회사원 김수희(30)씨는 ‘펀드 쇼핑족’이다. 철마다 유행하는 펀드를 쇼핑하듯 가입하다보니, 갖고 있는 펀드가 10개가 넘는다. 지난해 4월엔 리츠펀드에 손을 댔고, 6월엔 한참 뜬다는 물펀드에 가입했다. 지난해부터 일본·중국·인도펀드도 적립식으로 조금씩 돈을 넣어왔다. 최근엔 신문에서 중동·아프리카 펀드가 뜬다는 기사를 보고 ‘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고민 중이다.

늘어나는 펀드 쇼핑족들은 유행 펀드에 관심이 많다. 몇년 사이 증시 활황기에 펀드로 이익을 본 경험이 쌓인데다, 펀드 회사들은 펀드 쇼핑족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펀드 개발에 열을 올린다. 이렇다보니 상승장이었던 2007년에만 새로 생긴 펀드가 3132개나 된다. 지난해 국외펀드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면서 대안투자펀드인 물펀드, 대체에너지펀드를 비롯해 다양한 섹터펀드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무엇보다 지난해엔 중국펀드가 최고 인기여서 새로 출시된 중국펀드(설정액 100억원 이상)만 64개였다. 올 들어서도 벌써 714개 펀드가 새로 생겼다. 최근은 중동·아프리카 관련 펀드의 전성기다. 지난해 14개에 불과했던 중동·아프리카 펀드가 올 1분기에만 13개나 만들어졌다.

자산운용사들이 유행 펀드에 민감한 이유는 뭘까? 흔히들 펀드를 출시할 때 “성장 잠재력이 실제로 있는 시장인가를 판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한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새로운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자도 몰리면 시장 기반이 탄탄한지를 판단하기보다는 유행에 따라 우선 펀드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하게 만든 ‘날림 펀드’에, 무작정 유행을 좇는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가 몰리면 펀드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최고 인기를 누린 중국펀드 가운데 신생 펀드의 27%는 중국 증시가 고점을 찍던 지난해 8~10월 사이에 만들어졌다. 유행 펀드들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다. 김씨의 중국펀드 수익률은 -30%대, 물펀드는 -14%대다. 지난해 유행했던 펀드들의 대표 펀드들은 14일 기준으로 모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펀드 중 대표격인 케이비운용의 ‘케이비인디아주식형’의 경우 6개월 누적 수익률이 무려 -29.51%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펀드 운용사나 판매사들이 내놓는 장및빛 전망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펀드 담당 연구원은 “운용·판매사들이 마케팅이나 운용계획 과정에 기대수익률 등을 실제보다 높게 책정해 홍보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지난 1~2년 간 수익률이 좋았던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에 투자할 경우, 과거의 좋았던 상황이 반영돼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위험을 늘 염두에 두고 펀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전세계적인 시장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펀드에 가입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지만 그때의 상황이 특이했던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시장에 투자할 때는 위험관리의 측면을 눈여겨 봐야 하며, 이것이 장기 펀드 투자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대상의 성장잠재력뿐 아니라 안정성을 고려하면서, 시장의 규모나 변동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뜨는 투자 대상의 경우, 대개 잠재력은 높지만 성장 초기 단계라 각종 변수에 따른 시장 방향도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아니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 연구원은 “최근에 유행하는 중동·아프리카 펀드도 시장규모가 작고,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이므로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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