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등 매도 받아줄 주체가 없어…투자심리 최악
환율정책, 공포 키워…전문가들 “바닥 알수 없다”
환율정책, 공포 키워…전문가들 “바닥 알수 없다”
탐욕과 공포의 줄다리기에서 탐욕이 전혀 힘을 못쓰는 양상이다. 증시에선, 탐욕이 승리할 때 거품이 생기고 공포가 탐욕을 누를 때 위기를 맞는다고 한다. 살얼음판 같은 증시에 대해, 전문가들도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저 “투자 심리가 최악”이라고만 할 뿐이다.
8일 코스피지수는 2.68% 하락으로 출발했다. 전날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증시가 하락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수는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급기야 오후 1시가 넘어서는 1500선까지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 대형증권사의 투자전략 담당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네요. 투자심리가 최근까지도 버티고 있었지만 갑자기 나빠졌다는 것 말고는요.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요즘 증시에선 던지는 외국인은 잔뜩 있지만, 물량을 받아들일 주체가 없는 형편이다. 벌써 22일째 외국인 순매도다. 이 기간 외국인들이 판 금액이 사들인 금액보다 6조3천억여원 많다. 올 들어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9조25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조1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외국인 순매도만 증시 하락의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 팔아도 받아줄 주체가 있다면 별 문제가 없다. 시장 전망이 나쁘다 보니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주식을 현금화하고 있는데,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과감히 살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 신규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는 있으나, 기관은 관망세가 강하다. 이날도 기관투자자들은 3200억여원어치 순매수했지만, 38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매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순매도에 가깝다. 이날 막판 프로그램 순매수 덕에 지수는 소폭 회복됐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요즘 기관투자자들은 세계 증시가 망가지는 쪽으로 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정부의 환율정책도 증시의 공포를 더욱 키웠다. 환율시장 개입의 목표가 물가 잡기이기에, 곧 금리 인상 등을 통한 긴축 정책 강화로 연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부장은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것이 곧 성장·팽창 위주에서 긴축 위주로 바뀐다는 것으로 시장에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포로 가득한 증시엔 바닥을 점치는 것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1500이 깨질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그 이후에 대해선 뭐라 말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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