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설립된 재벌계열 금융투자회사
범 현대·엘지 “새성장동력” 시너지 기대
과당 경쟁·사금고 전락 등 부작용 우려
과당 경쟁·사금고 전락 등 부작용 우려
제조업 중심의 재벌그룹들이 금융투자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범 현대그룹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신흥증권을 인수해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을 세웠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씨제이(CJ)투자증권과 씨제이자산운용을 사들였다. 기존 현대그룹의 현대증권과 함께 3파전을 이루며, 사명을 둘러싼 분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현대가의 고향인 울산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범 엘지가의 금융업 사랑도 뜨겁다. 엘아이지(LIG)그룹은 손해보험 자회사로 엘아이지투자증권을 세웠다. 엘에스(LS)그룹은 엘에스네트웍스를 통해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하려다 재무적 투자에 머물기로 했고, 기존의 델타투자자문을 엘에스자산운용으로 전환했다. 지에스(GS)그룹은 지에스자산운용을 세웠다. 분할 전 엘지그룹은 엘지카드와 엘지투자증권으로 ‘재미’를 봤지만, 부실 끝에 모두 넘기고 금융업은 쳐다보지도 않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엘아이지증권이 범 엘지그룹 계열사의 급여계좌 유치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하는 눈치다. 엘아이지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옛 엘지투자증권+우리증권)에서 30여명을 뽑아갔고, 범 엘지그룹의 텃밭인 경북 구미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이 밖에 롯데그룹은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해 자산운용업에 진출했고, 향후 증권업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비앤지(BNG)증권중개를 인수했다.
재벌그룹들이 금융투자업에 진출하는 것은, 제조업 중심에서 향후 성장산업인 금융투자업으로 영역을 확장하자는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매물이 대거 쏟아질 인수합병 시장에서 인수합병 노하우와 자금 조달, 안정적인 의결권 확보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들이 신성장동력으로 금융산업을 보고 있고 금융업과 제조업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제조업 중심적 사고로 금융업에 뛰어들어 지나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걱정이다. 장효선 연구위원은 “제조업과 금융업은 너무나 다른데 충분한 노하우와 준비 없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과당경쟁이 이뤄지면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자본이 금융계열사를 경영권 유지·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발생할 부작용도 우려된다. 내년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이 금융투자회사에 소액 지급결제를 허용하고 있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위원회의 두산그룹에 대한 비앤지증권중개 인수 최종 허용과 관련해 “박용성 회장 등이 200억여원의 회사돈을 빼내 개인용도로 쓰고 수천억원의 분식회계를 주도해 금융질서를 문란케 한 두산그룹에 증권사 인수를 허용한 것을 보면, 향후 재벌이 인수한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