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물가안정·투자심리 회복 기대”
“경기둔화·저축은행 부도 우려”
“경기둔화·저축은행 부도 우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거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국제유가와 부동산 값에 하락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두 가지 거품이 한꺼번에 빠지자, 투자자들은 어리둥절하다. 투기자금이 빠지면서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에도 증시는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다.
급격하게 치솟았던 기름값의 하락은 증시에 제한적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현재 국제유가는 최고점 대비 18.32% 떨어진 상태다. 이런 기름값 하락으로 고공행진을 이어 간 물가가 조금은 진정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물가가 안정되는 만큼 투자심리 또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이후 기름값이 10% 넘게 하락했던 적은 모두 일곱번이었다. 그 가운데 다섯번의 기름값 조정 시기에 코스피지수는 1.3~17.4% 상승했다. 기름값이 배럴당 145.23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7월3일 이래, 코스피지수는 최대 3% 가량 상승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 통화 정책 등 정부 경제 정책의 운신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도 증시에는 이로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하락이 경기 둔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휘둘이던 시장이 기름값 하락으로 적은 폭이나마 반등을 했다”면서도 “궁극적인 호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름값 하락이 진정한 호재가 되려면 경기를 봐야 하는데,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경제 지표들로 봐서는 경기가 꺾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부동산값의 하락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산 효과를 톡톡히 누려 왔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소비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파트값에 끼어 있는 거품이 터지면 무분별하게 대출 영업을 해 온 지방의 저축은행 등은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의 기준이 엄격해 시중은행권에 직접적이거나 연쇄적인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급락 수준이 아닌 완만한 하락일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증시 쪽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당장은 부동산 경기의 급랭으로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규제 완화와 감세 등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친다면 투자심리는 오히려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의 : SH공사 콜센터 (02)1600-3456, 주택전시관 (02)388-4884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