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경기선행지수 추이
유럽·일본 2분기 마이너스 성장 기록
중국 둔화세…OECD 경기전망도 ‘암울’
전세계 동반침체땐 한국수출 타격
중국 둔화세…OECD 경기전망도 ‘암울’
전세계 동반침체땐 한국수출 타격
주택가격 급락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일본과 유럽 등에서도 경기 하강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선진 경제권 3대축이 모두 휘청거리는 셈이다. 세계적인 경기 후퇴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원자재 수입 부담이 큰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는 면도 있지만,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우리 경제의 유일한 활로였던 수출마저 둔화하면서 성장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4분기에 전기대비 -0.2%(연율 기준) 성장해 후퇴 국면에 진입한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 0.9%, 2분기 1.9% 성장하는 등 성장률 지표는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와 세금 환급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는 3분기에는 다시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월 소비자물가가 5.9%나 오르고, 실업률이 5.7%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 등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유럽도 2분기 성장률이 지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14일 2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2002년 이후 경기 확장 국면이 이어지던 일본 경제도 2분기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 0.6%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와 교역이 많은 국가 가운데는 중국 경제가 아직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달의 16%에서 14.7%로 떨어져,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흐름을 보면, 지난해 5월 101.81로 고점에 이른 뒤, 10월 기준치인 100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 6월 96.77로 1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선행지수가 100 이상이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진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세계 경기의 후퇴가 뚜렷해지면서 그동안 고공행진을 하던 유가 등 원자재값은 하락하고 있다. 원유 등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상품시세(CRB) 지수는 지난 3월8일 472까지 올랐다가 14일 현재 389로 최고치에 견줘 17.5%나 하락했다.
원자재값 하락은 지난해 원유도입 비용으로만 605억달러를 지출한 우리 경제에 가뭄에 단비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14일 현재 두바이유값이 배럴당 111.9달러로, 지난해 평균 도입단가인 68달러보다 여전히 65% 가량이나 비싸서 아직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기름값이 지난해 가격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세계 경기의 후퇴가 본격화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머잖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7월말까지 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2.8% 늘어나는 등 여전히 견조하다. 그러나 대미 수출 증가율은 한자릿수로 떨어진 지 오래고, 대유럽 수출도 6월에 15.8% 감소하는 등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아세안, 중동, 중남미 지역 수출이 크게 늘고 있고, 수출비중이 23%나 되는 대중국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침체로 접어들면 시차를 두고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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