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옵션 거래가 가장 큰 원인
상장기업들의 금융 파생상품 관련 손실액이 모두 1조4천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증권선물거래소는 올들어 파생상품 거래로 자기자본의 5% 이상(자산 2조 이상 기업은 2.5% 이상) 손실을 낸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모두 31곳이며, 손실액은 8363억원이라고 집계했다. 또 코스닥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로 자기자본의 10% 이상(자산 1천억원 이상 기업은 5% 이상) 손실을 내 공시한 기업은 33곳으로, 손실액은 5553억원이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 64곳에서, 파생상품 손실액은 모두 1조3916억원에 이른다.
이들 기업에서, 환율변동 위험을 줄이려고 통화옵션 등을 계약했다가 원-달러 환율이 예상밖으로 급등하는 바람에 대규모 손실을 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손실을 가져온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은행들이 판매한 통화선물 상품인‘키코’(KIKO·Knock-In Knock-Out) 옵션 거래가 꼽힌다. 이 상품은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환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단기에 일정 범위를 벗어나 급등하면 계약금액의 2~3배에 이르는 엄청난 손실을 보게 설계되어 있다. 손실을 낸 기업의 대부분은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의 변동 범위를 달러당 900원대로 예상하고 통화옵션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달러 환율이 최고 1050원선까지 치솟아 큰 손실이 발생했다.
파생상품 거래 손실은 최근 원자재값·시중금리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을 넘어서는 손실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태산엘시디는 파생상품 손실이 806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29.1%에 이르고, 에스에이엠티는 자기자본과 맞먹는 803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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