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자금 쪼달린듯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모건스탠리가 23일 인수의사 포기를 공식적으로 채권단에 통보하자, 대우일렉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6년 인도의 리플우드-비디오콘의 인수 포기 뒤 두번째다. 대우일렉은 지난해 남은 인원의 40% 가까운 15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며 재매각 성사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월 경쟁사를 제치기 위해 인수금액까지 올려썼던 모건스탠리가 갑자기 발을 뺀 이유로는 미국 금융시장 한파로 인한 내부의 자금사정이 꼽힌다. 모건스탠리는 올 6월에도 8천억원 덩치의 제지회사를 다른 회사들과 파이낸싱을 통해 매입했는데, 이번엔 단독인수라 더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인천공장 매각과 추가 인원감축에 반대한 게 부담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우일렉 관계자는 “일단 매각성사 뒤 추가논의를 해보자고 노조를 설득해 노조도 매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모건스캔리 쪽에 전달한 바 있다”며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상승세에 있는 회사를 노조 때문에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다음주 전체회의를 열어 올초 경합했던 다른 인수의향자들과 접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계 사모펀드와 러시아 자본 컨소시엄 등 3곳인데, 여전히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우일렉이 법정관리나 청산 같은 절차를 밟기보다는 재매각 또는 일부 적자를 보고 있는 사업부의 구조조정에 우선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우전자 시절 1만2000명에 달하던 임직원은 현재 2500명으로 줄었지만, 대우일렉은 여전히 동유럽이나 베트남 등에서 삼성·엘지 못지않은 인지도와 판매규모를 보이고 있다. 대우일렉의 조용석 부장은 “지난해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못난 선배들이 나가지만 과거 영광을 찾아달라’‘앞으로도 대우 제품만 쓰겠다’는 메일을 남기는 등 희생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온 직원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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