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주인 너무 멀리 떨어졌다”

한·미·일 재고순환지표 비교

증시 연중 최고치에 ‘조정 가능성’ 전망
일부선 “실질적 경기회복 국면” 분석도
* 개: 기대심리, 주인 : 펀더멘털

기대심리가 꺾일 것인가, 경기회복이 기대치에 부합할 것인가.

코스피지수가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탄 데 이어 30일 연중 최고로 치솟자 기초 체력에 견줘 과도한 오름세 아니냐는 의문도 덩달아 일고 있다. 주식시장 안팎에선 비유법을 써 ‘주인(펀더멘털)과 산책하는 개(기대심리)의 간격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증시 전문가들이 대체로 주가의 조정 가능성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최근 돼지 인플루엔자 확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 분위기 때문이다. 과도한 주가 상승세에 견줘 기업의 실적도 변변치 않은 편이라는 점도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은 최근 주가상승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3배 안팎(3월 말 기업 실적 기준 추정)에 이르러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나들던 2007년 수준까지 치솟았다. 세계 증시 중에서 하위 5% 정도 평가받던 우리 증시가 최근 상위 70%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은 중국·대만증시와 함께 단기간에 가장 극적인 상승세를 기록한 데 따른 현상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의 주가 상승은 기업이익이 늘어서가 아니라, 동일한 이익에 대해 기대치를 반영해 높은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유지될 수 없고, 주가의 추가상승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역시 “세계적으로 신용시장 해빙 기조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신용위험 개선과 신용 사이클 정상화는 다르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의견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개선 정도가 시장 참여자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추가 상승보다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토러스투자증권은 현재의 경기가 기대가 아닌 실질적으로 회복되는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수요감소가 고용감소에 따른 것이라 해도 소비와 투자를 지나치게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최종 소비가 가장 많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수입액이 고점 대비 33%가량 감소한 반면, 대표적 수출국인 한국과 중국은 각각 48%와 54%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수치를 감안하면 20%포인트 정도 수출 회복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재고조정이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빠르게 이뤄져 재고조정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큰 폭의 경기부양책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2분기에 경기회복을 확인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개’의 뜀박질에 제동이 걸리기보다는 ‘주인’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란 낙관론이다.

이찬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