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기초여건보다 가격움직임 보고 투자 탓”
한국은행이 국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쏠림현상’이 심해 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이 유독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처럼 자산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탈 경우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과도하게 자극해 가격 상승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최근 “(주택가격 상승) 기미는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 데 뒤이어 나온 터라, 최근의 자산시장 급등세를 바라보는 한은의 우려가 점점 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17일 발표한 ‘투자자의 시장심리를 반영한 자산가격 변동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1990년대 이후 주식과 부동산시장에서는 수량적 기준점 효과와 처분성향효과가 모두 자산수익률의 변동에 유의하게 영향을 미친다”며 “그러나 전반적으로 수량적 기준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자산시장의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량적 기준점효과’란, 자산가격이 일단 상승(또는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한동안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경향을 뜻한다. 투자자들이 최근 가격정보를 토대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속성이 강할 때 나타나는 경향이다. 또 ‘처분성향효과’란, 가격변동성이 커지는 경우엔 투자위험 또한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투자자들이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는 경향을 뜻한다.
두 가지 효과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 투자자들은 자산시장의 기초여건보다 가격 자체의 움직임을 가장 중요한 투자결정의 잣대로 삼게된다. 이는 곧바로 자산시장의 쏠림현상을 부채질해 결국 거품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특히 아파트 시장의 경우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쓴 김윤영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은 “주택 투자자의 경우엔 과거 2~3년간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고 판단되면 해당주택을 매각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처분성향효과가 대체로 커진다”며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엔 투자자들이 과거의 오랜 기간에 상승세를 지속했다는 점을 근거로 아무리 가격이 많이 올랐다 해도 가격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아파트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국내 투자자들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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