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관심에도 외면
개념 불명확 혼란가중 탓
개념 불명확 혼란가중 탓
녹색성장은 ‘쌩쌩’, 녹색펀드는 ‘엉금엉금’?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과 관련해 잔뜩 군불을 때고 있으나, 정작 녹색펀드 관련 상품의 성장세는 거의 제저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녹색 관련 금융상품에 대해 다양한 세제지원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녹색성장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기준조차 명확치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1일 현재 국내 37개 녹색테마 펀드 설정액 총액은 715억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올해 들어 설정되긴 했지만 심지어 규모가 1억원을 밑도는 것도 8개나 된다. 또 최근 들어 외국인이 선호하는 경기 민감주나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중소형주 위주의 녹색펀드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이름에 오르내리는 녹색펀드는 거의 실속이 없는 상황이라 지적한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녹색성장 대상 기업을 구별하기가 어렵고 사실 용어가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다”며 “일부 펀드의 경우 건설회사가 포함되는 등 운용사마다 가치판단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을 구분한다고 해도 현재 가능성 직전 단계의 회사들이 많으므로 현실적으로 실적을 내는 단계의 기업으로 넘어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연구소 팀장은 “애초 외국에서는 저탄소·에너지효율화를 의미했으나 국내에서는 풍력, 2차전지, 태양력 등이 포함되다보니 엘지화학, 삼성전자 등도 같은 범주로 거론되고 요즘에는 바이오와 농업까지 개념을 확장했다”며 “무엇이 맞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개념이 정확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녹색펀드라 하더라도 투자금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일부 자금을 투자하는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오 연구위원은 “현재 나와 있는 펀드 중 일부는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성과를 거두겠지만 일부는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자금의 10% 안팎의 적은 자금을 장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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