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방식·기간에 따른 주택담보대출금 한도
대출기간 길게 잡아 연 상환액 줄이기
분할상환·고정금리 선택 땐 DTI 늘어
부부소득 합산 신청…신용등급 높여야
분할상환·고정금리 선택 땐 DTI 늘어
부부소득 합산 신청…신용등급 높여야
지난 7일부터 은행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대상지역이 서울 강남 3구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고객들이 빌릴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액도 대폭 줄어들었다. 디티아이는 전체 소득에서 연간 부채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강남 3구는 40%, 서울 나머지 지역은 50%, 인천·경기는 60%가 적용된다. 디티아이 50%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이 연소득의 절반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대출 기간과 상환 방식에 따라선 대출 한도를 다소나마 늘릴 방법이 남아 있다. 가장 손쉬운 방식은 대출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대출 기간이 길어지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설령 연소득이 같다고 하더라도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더 늘어난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디티아이 60%를 적용받아 6%의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만기를 10년으로 하고 거치기간 없이 원리금 균등분할 방식으로 갚는다면 대출 한도는 2억2500만원이 된다. 같은 조건에서 대출기간만 20년으로 늘리면 대출 한도는 3억480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출 방식에 따라서도 대출 한도는 차이가 난다. 대출 방식엔 크게 원금 균등분할, 원리금 균등분할, 거치식 균등분할, 원금 일시상환 등 네 가지가 있는데,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것보다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균등분할 방식이 대출 한도가 훨씬 높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분할상환 방식을 택하면 디티아이가 5%포인트 추가되고 고정금리로 빌릴 경우에도 5%포인트가 추가된다. 디티아이를 최대 10%포인트까지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균등분할 상환 가운데서는 매달 똑같은 액수의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의 대출 한도가 가장 높다. 거치식 균등분할의 경우, 원금 상환기간이 짧아져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므로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에 견줘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구체적으로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디티아이 60%를 적용받아 고정금리 6%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10년 만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을 택하면 최고 2억2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에 반해 3년 거치 7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의 경우, 대출 한도가 1억7100만원으로 줄어들고, 특히 5년 만기 일시상환의 대출 한도는 1억1500만원에 그친다.
소득 규모를 최대한 인정받아 대출 한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맞벌이 부부이고 배우자가 주택담보대출이 없다면 부부의 소득을 합쳐서 신청하는 게 좋다. 또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이자소득, 사업소득, 임대소득도 디티아이 산정 때 소득으로 인정된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승진이나 이직 등으로 근로소득이 늘어난 경우라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일 소득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자영업자라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납부실적, 신용카드 사용액 등 다양한 소득 증빙 자료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용등급을 높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신용도가 높으면 대출금리가 낮아져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자연스레 늘어난다. 신용등급에 따라 디티아이가 5%포인트 추가되는 혜택도 있다. 반대로 기존에 빚을 지고 있거나 마이너스 통장이 있으면 대출 한도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디티아이 규제의 경우 총부채를 산정할 때 기존 대출금의 원금은 제외하고 이자만 계산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 부채가 있더라도 대출 한도가 당장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존 대출에 대해 갚아야 할 이자분만큼은 대출 한도에서 줄어든다. 따라서 불필요한 부채는 최대한 서둘러 줄이는 게 좋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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